고금古今도 그렇고,
지금只今도 그렇다.
세상은 바람 잘 날 없고,
사람들의 마음 역시
항상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깃발처럼
하루에도 수 천 수만 번씩 흔들린다.
진리는 다른 거창한 것이 아니라 ‘변화’라고 여기면서도
그 변화가 좋을 때도 있지만 나쁠 때도 있다.
그 변화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슬프게도, 기쁘게도 하고
새로운 힘을 주기도 하는 것이 계절의 변화다.
하루가 다르게 아니 한 나절이 다르게 노랗고, 파랗고, 빨갛게
농익어가는 가을 들녘, 가을 산,
강은 더 더욱 푸르다.
노랗게 채색되어가는 논두렁 사이를 걸어가노라면
마음이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어 노란 물이 뚝뚝 흐를 것 같고
붉고 푸른 단풍나무 사이를 걸어가노라면
문득 한 잎 나뭇잎으로 낙하落下할 것 같은 가을은
사 계절 중에서도 사람의 마음을 가장 스산하게 하고
뒤숭숭하게 만드는 계절이 가을이다.
아름답기도 하지만, 어쩌면 처연한 아름다움이
가슴 속으로 밀려오는 계절, 가을에
병산서원과 회룡포가 있는 낙동강으로 가면
어떤 풍경 속에 잊혀 진 상념들이 나를 맞이할까?
“자연은 하나의 신전神殿, 거기에 살아 있는 기둥들은
때때로 어렴풋한 얘기들을 들려주고
인간이 상징의 숲을 통해 그곳을 지나가면
그 숲은 다정한 시선으로 그를 지켜본다.
밤처럼, 그리고 빛처럼 광막한
어둡고 그윽한 조화 속에서
저 멀리 어울리는 긴 메아리처럼
향기와 빛깔과 소리가 서로 화합한다.
어린 아이 살결처럼 신선하고
오보에처럼 부드럽고, 목장처럼 푸른 향기가 있고,
-또 썩고, 짙은 독한 향기들도 있어.
호박, 사향, 안식향, 훈향처럼
무한한 것들로 퍼져 나가
정신과 감각의 환희를 노래한다.“
보들레르가 노래했던 <교감交感>
어쩌면 이 세상의 이치는 서로 교감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완성되는 것은 아닐까?
사람과 사람사이, 사람과 자연 사이,
아니 잠시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과 구름과 안개,
모든 것이 다 교감이다.
얼마나 깊게, 얼마나 친근하게, 얼마나 더 간절하고 긴밀하게
서로 나누면서 서로의 마음까지 일고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가?
그것이 자연속의 일부인 사람과 자연이
사람과 사람이, 아니 한 우주와 우주가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랑법이리라.
2016년 9월 10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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