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2

자연 속에서 모든 것이 교감交感할 수 있다는 것,

산중산담 2016. 11. 30. 19:46

 

자연 속에서 모든 것이 교감交感할 수 있다는 것

 

 

고금古今도 그렇고,

지금只今도 그렇다.

세상은 바람 잘 날 없고,

사람들의 마음 역시

항상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깃발처럼

하루에도 수 천 수만 번씩 흔들린다.

 

진리는 다른 거창한 것이 아니라 변화라고 여기면서도

그 변화가 좋을 때도 있지만 나쁠 때도 있다.

그 변화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슬프게도, 기쁘게도 하고

새로운 힘을 주기도 하는 것이 계절의 변화다.

하루가 다르게 아니 한 나절이 다르게 노랗고, 파랗고, 빨갛게

농익어가는 가을 들녘, 가을 산,

강은 더 더욱 푸르다.

 

노랗게 채색되어가는 논두렁 사이를 걸어가노라면

마음이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어 노란 물이 뚝뚝 흐를 것 같고

붉고 푸른 단풍나무 사이를 걸어가노라면

문득 한 잎 나뭇잎으로 낙하落下할 것 같은 가을은

사 계절 중에서도 사람의 마음을 가장 스산하게 하고

뒤숭숭하게 만드는 계절이 가을이다.

 

아름답기도 하지만, 어쩌면 처연한 아름다움이

가슴 속으로 밀려오는 계절, 가을에

병산서원과 회룡포가 있는 낙동강으로 가면

어떤 풍경 속에 잊혀 진 상념들이 나를 맞이할까?

 

자연은 하나의 신전神殿, 거기에 살아 있는 기둥들은

때때로 어렴풋한 얘기들을 들려주고

인간이 상징의 숲을 통해 그곳을 지나가면

그 숲은 다정한 시선으로 그를 지켜본다.

 

밤처럼, 그리고 빛처럼 광막한

어둡고 그윽한 조화 속에서

저 멀리 어울리는 긴 메아리처럼

향기와 빛깔과 소리가 서로 화합한다.

 

어린 아이 살결처럼 신선하고

오보에처럼 부드럽고, 목장처럼 푸른 향기가 있고,

-또 썩고, 짙은 독한 향기들도 있어.

 

호박, 사향, 안식향, 훈향처럼

무한한 것들로 퍼져 나가

정신과 감각의 환희를 노래한다.“

 

보들레르가 노래했던 <교감交感>

어쩌면 이 세상의 이치는 서로 교감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완성되는 것은 아닐까?

 

사람과 사람사이, 사람과 자연 사이,

아니 잠시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과 구름과 안개,

모든 것이 다 교감이다.

얼마나 깊게, 얼마나 친근하게, 얼마나 더 간절하고 긴밀하게

서로 나누면서 서로의 마음까지 일고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가?

그것이 자연속의 일부인 사람과 자연이

사람과 사람이, 아니 한 우주와 우주가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랑법이리라.

 

2016910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