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2

느닷없이 다가오는 것들,

산중산담 2016. 11. 30. 19:48

 

느닷없이 다가오는 것들,

 

느닷없이 의자가 흔들리고, 벽이 흔들리고,

그리고 내 몸도 덩다라 흔들렸다.

첫 번째는 감지하지 못하고 지나갔는데, 두 번째 지진은

내가 온 몸으로 느낀 것이다.

예고도 없이, 아니 문득 다가오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어느 날, 아니 지금 불쑥 내 앞에 나타나는 것이 행운이라면 좋을 텐데,

그것이 이렇게 지진일 수도 있고, 불행일 수도 있는 것이 삶이다.

우리하고는 상관없는 먼 나라 이야기로만 알다가

그것을 온 몸으로 느끼고서 나라 곳곳이 난리 법석이다.

 

심장이 다음 순간에 어떻게 뛸지를 미리 말할 수 있습니까?

물론 말할 수 없지요.

그런데 펜은 심장이라는 지진계의 바늘에 지나지 않아요.

지진계는 지진이 일어난 것은 알려주지만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고 미리 알려주지는 못해요.”

프란츠 카프카의 말이다.

 

인간은 無限한 것 같지만 이처럼 有限한 것이고,

자연은 인간에게 무한한 것을 주기도 하지만

순식간에 인간의 모든 것을 앗아가기도 한다는 것을

그것이 자연의 섭리라는 것을 인간은 너무 늦게야 안다.

 

인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약하면서도 강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살다가 보면 어느 순간에는

인간이 이 세상에서 얼마나 위대한 가하고

자만에 빠질 때도 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인간은,

변덕스런 자연의 희생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가녀린 노력을 자연은 눈 하나 까딱 않고 금세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이 세상에서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빠르다고 해서 달리기에 이기는 것은 아니며,

용사라고 해서 전쟁에서 이기는 것도 아니더라.

지혜가 있다고 해서 먹을 것이 생기는 것도 아니며,

총명하다고 해서 재물을 모으는 것도 아니며,

배웠다고 해서 늘 잘 되는 것도 아니더라.

불행할 때와 재난은 누구에게나 닥친다.”

<전도서> 911절에 실린 글이다.

다시 어떻게 살 것인가?

 

이두황이 해월 최시형에게 물었다.

사람의 도 닦는 것이 마음 닦기를 주로 하나

마음을 닦는 데는 재난과 고통이 많으므로 능히 마음을 닦을 수 없사오니

어떻게 닦는 것이 옳습니까?

해월이 대답했다.

사람의 한 평생을 고생이라고 생각하면 고생 아닌 일이 없고,

낙으로 생각하면 낙이 아닌 일이 없나니.

고생이 있을 때에는 안락한 것을 돌이켜 생각할 것이니라.

만사를 성취하는 데에는 정성에 있나니,

정성을 지극히 하는 마음에는 고생 아닌 것이 없느니라.”

 

산다는 것은 모든 것을 감당하고 사랑하는 것,

순간순간을 열심히 정성을 다해서 살면서 사랑하고,

문득 문득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운명이라고 여기며 받아들이고 사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그렇지 않은가?

 

2016913(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