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길을 잃어 서성거렸고, 길에서 길을 묻는 꿈을 꾸다가 깨어나니 꿈길에서 길을 잃었었다. 하룻밤 꿈속에서 오랜 나날이 쏜 살처럼 지나갔다는 것을 잠에서 깨어난 다음에야 안다.
그렇게 오랜 나날 길에서 생을 보냈으면서도 나는 항상 길에서 길을 잃고 길을 찾는다.
찾아도, 찾아도 잃어버리곤 찾아 헤매는 길, 그 길의 길목에 선지, 이미 오래다.
그렇다. 길은 항상 내 삶의 곁에 있었고, 그 길은 항상 나를 멀리하지도 않았으며, 나를 배반하지도 않았다.
길은 항상 정직함을 나에게 가르쳐 주었고, 길은 항상 나를 깨어 있게 하였다. 길은 항상 여러 개의 길을 예비해 놓고 나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런데 그 길 중에 하나를 골라 가다가 길을 잃어버리고 오랫동안 또는 잠시 동안 헤매기도 하였다. 그렇게 헤매면서 나는 내가 살아 있음을 실감했고, 새로운 삶의 지혜를 깨달았다. 내게 삶이 허락하는 한 나는 길을 잃고 방황하면서 세상의 사물들을 만나고 또 만나다가 어느 날 나는 느닷없이 돌아갈 것이 것이다.
“나온다. 운다. 그것이 인생이며, 하품한다. 간다. 그것이 죽음이다.” 오송 드 상세유가 <앨범에 있는 시>에서 말한 것처럼 누구나 오고 간다.
예나 지금이나 내일도 그러할 것이다. 그래서 안자는 <열자列子>의 ‘천서편天瑞篇’에다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을 것이다.
“세상에서 죽은 사람을 돌아간 사람이라고 말한다. 죽은 사람을 돌아간 사람이라고 하는 말은, 곧 살아 있는 사람은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길가는 사람이 돌아갈 줄 모른다면, 이는 집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한 사람만이 집을 잃고 방황한다면 온 세상이 그를 그르다고 비난하겠지만, 온 세상이 집을 잃고 방황하고 있으니, 아무도 그른 줄을 모르고 있다.”
길을 찾았는가 싶으면 나는 다시 길을 잃고 헤매고 헤매는 삶, 언제나 그랬다. 아차, 하는 순간의 실수로 길을 잘 못 들어 길을 잃고 헤맨다. 그러다가 다시 원 위치에 돌아와 지나간 시간들을 더듬어 보는 그러한 시간이 인생사에 얼마나 다반사였던가? 중요한 것은 내가 길을 잘못 들어 그런 일이 벌어 졌는데, ‘심 봉사가 개천을 나무란다.‘는 격으로 ’내 탓‘이라고 여기지 않고서 세상을 탓하는 것이다.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오지만 그 또한 끝없이 오늘일 것이다. 오늘 헤맨 사람이 내일이라고 헤매지 않겠는가? “길은 잃을수록 좋다“는 말을 좌우명처럼 간직하고 헤매고 또 헤매다가 돌아갈 것이다.
“그림자는 돌아다보았자 외로울 따름이고,
갈림길에서 눈물을 흘렸던 것은 길을 잃었던 탓이고,
살아생전의 희비애락喜悲哀樂은 물결 같은 것이었노라.
매월당 김시습의 시 한편이 오늘 이 아침에 어찌 그리도 가슴 속을 파고드는지,
2016년 9월 14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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