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도 떠오르는 아련한 고향
죽음보다 더 깊은 잠을 자리란 소망은 밤마다 무너지고, 문득 잠깨면 새벽이다; 이 생각 속으로 저 생각이 스며들고 또 다른 생각들이 강물이 여울져 흘러가듯 번져가는 새벽, 내 맑지도 탁하지도 않은 의식 속에 아스라한 추억 같은 고향이 불현 듯 떠오른다.
꿈속의 고향
처음 걷는 길이 하나도 낯설지 않아라.
엊그제 였던가? 먼 옛날 이었던가 분명치 않은 시간에 한번은 왔을 법 한 마을이고 길이지만 아무래도 낯설지 않아라.
허술한 초가지붕에 날름 앉은 박덩이 시늉만 얹어진 돌담 닭 몇 마리 고샅에서 놀고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늘어진 나뭇가지 멍석에 널린 고추도 낯설지 않는데 가슴에 다가오는 눈 안에 선뜻 안기는 사람이 없어라. 풍경만 있지 아무도 없어라.
1985년 9월 15일에 쓴 글이다.
사람도 사라지고 집도 사라진 고향, 마을 주차장으로 변한 그 옛날, 내 꿈이 뛰어놀던 그 마당에 그냥 털썩 주저앉아서 흘러간 구름 같이 아련한 추억에 잠길지라도 고향은 고향인 것을, 성묘 마치고 잠시라도 들렀다 와야겠다. 내 어린 시절의 꿈이 잠자고 있는 그 고향을,
2016년 9월 15일, 목요일 추석날에
우리 땅 걷기 도반들, 의미 있고 행복한 추석이길 기원하겠습니다. 신정일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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