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2

꿈속에서도 떠오르는 아련한 고향,

산중산담 2016. 11. 30. 19:49

 

꿈속에서도 떠오르는 아련한 고향

 

//

 

죽음보다 더 깊은 잠을 자리란 소망은

밤마다 무너지고, 문득 잠깨면 새벽이다;

이 생각 속으로 저 생각이 스며들고

또 다른 생각들이 강물이 여울져 흘러가듯

번져가는 새벽, 내 맑지도 탁하지도 않은 의식 속에

아스라한 추억 같은 고향이 불현 듯 떠오른다.

 

꿈속의 고향

 

처음 걷는 길이

하나도

낯설지 않아라.

 

엊그제 였던가?

먼 옛날 이었던가

분명치 않은 시간에

한번은 왔을 법 한

마을이고 길이지만

아무래도

낯설지 않아라.

 

허술한 초가지붕에 날름 앉은 박덩이

시늉만 얹어진 돌담

닭 몇 마리 고샅에서 놀고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늘어진 나뭇가지

멍석에 널린 고추도

낯설지 않는데

가슴에 다가오는

눈 안에 선뜻 안기는

사람이 없어라.

풍경만 있지

아무도 없어라.

 

1985915일에 쓴 글이다.

 

사람도 사라지고 집도 사라진 고향,

마을 주차장으로 변한 그 옛날,

내 꿈이 뛰어놀던 그 마당에

그냥 털썩 주저앉아서

흘러간 구름 같이 아련한 추억에 잠길지라도

고향은 고향인 것을,

성묘 마치고 잠시라도 들렀다 와야겠다.

내 어린 시절의 꿈이 잠자고 있는 그 고향을,

 

2016915, 목요일 추석날에

 

우리 땅 걷기 도반들,

의미 있고 행복한 추석이길 기원하겠습니다.

신정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