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은 꽃이 더더욱 처연하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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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빗소리가 꿈길에도 머물렀다.
오다 그치는 소리가 아니고
그침도 없이 내리는 비,
저 빗속에도 꽃은 또 피어나겠지,
가만히 일어나 불을 켜고 서가書架를 보니
문득 나를 기다리는 책 한 권, <한산시寒山詩>다.
한산자라는 전설적인 은둔자가
천태산의 나무와 바위에 새긴 시를
국청사의 한 스님이 편집했다고 알려진 시집,
펼쳐 보니 인생의 허무함을 노래한 시다.
“무엇 때문에 늘 시름에 잠겼는가?
사람의 삶이란 아침 버섯 같은 것을,
기껏 견디어 몇 십 년 지나는고?
새것, 묵은 것, 서로 갈아 다하는 것,
이것 생각하니 어이 아니 슬플까?
그 슬픈 정情 차마 참지 못하겠네.
아아! 어찌 할거나? 진정 어찌 할거나?
모든 것 떨치고 산으로 들어오라.“
아침 이슬과 같이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生,
천년의 생각을 하지만 백년도 못 사는 生,
그 생이 어찌 그리 일도 많고 탈도 많은지,
비 내리고, 바람 불고, 눈 내리고. 바람 불고,
그 모든 것이 우주의 조화이고 이치일진대,
어찌 꽃 피고, 새 울고, 배부르고, 즐거웠던 날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배고프고 고통스럽고
고독했던 기억들만 떠오르는지
인생이 꼭 그런 것인가?
그래서 인생의 모든 것은
기쁨이나 행복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슬픔이나 불행으로 귀결되고 마는 것인가?
아닐지도 무르지 않는가?
한산자도 그래서 산으로 들어오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산에 들어가면 무엇이 있지?
이 계절에 선운산 골짜기 무리지어 피어나는 꽃,
상사화라고도 불리는 꽃무릇이 있다.
꽃에 취해서 사람에, 자연과 사람에 취해서
오늘 하루는 세상을 잊어야겠다.
꽃도 그렇고 단풍도 그렇다.
비를 맞은 다음에 그 처연한 아름다움을
더욱 더 드러낸다.
그늘 진 내 마음이 그 꽃들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얼마나 따스한 온기를 더해서 돌아올지,
내리는 가을 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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