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2

비 맞은 꽃이 더더욱 처연하게 아름답다

산중산담 2016. 11. 30. 19:50

 

비 맞은 꽃이 더더욱 처연하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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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빗소리가 꿈길에도 머물렀다.

오다 그치는 소리가 아니고

그침도 없이 내리는 비,

저 빗속에도 꽃은 또 피어나겠지,

가만히 일어나 불을 켜고 서가書架를 보니

문득 나를 기다리는 책 한 권, <한산시寒山詩>.

한산자라는 전설적인 은둔자가

천태산의 나무와 바위에 새긴 시를

국청사의 한 스님이 편집했다고 알려진 시집,

펼쳐 보니 인생의 허무함을 노래한 시다.

무엇 때문에 늘 시름에 잠겼는가?

사람의 삶이란 아침 버섯 같은 것을,

기껏 견디어 몇 십 년 지나는고?

새것, 묵은 것, 서로 갈아 다하는 것,

이것 생각하니 어이 아니 슬플까?

그 슬픈 정차마 참지 못하겠네.

아아! 어찌 할거나? 진정 어찌 할거나?

모든 것 떨치고 산으로 들어오라.“

 

아침 이슬과 같이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

천년의 생각을 하지만 백년도 못 사는 ,

그 생이 어찌 그리 일도 많고 탈도 많은지,

비 내리고, 바람 불고, 눈 내리고. 바람 불고,

그 모든 것이 우주의 조화이고 이치일진대,

어찌 꽃 피고, 새 울고, 배부르고, 즐거웠던 날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배고프고 고통스럽고

고독했던 기억들만 떠오르는지

인생이 꼭 그런 것인가?

그래서 인생의 모든 것은

기쁨이나 행복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슬픔이나 불행으로 귀결되고 마는 것인가?

 

아닐지도 무르지 않는가?

한산자도 그래서 산으로 들어오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산에 들어가면 무엇이 있지?

이 계절에 선운산 골짜기 무리지어 피어나는 꽃,

상사화라고도 불리는 꽃무릇이 있다.

꽃에 취해서 사람에, 자연과 사람에 취해서

오늘 하루는 세상을 잊어야겠다.

꽃도 그렇고 단풍도 그렇다.

비를 맞은 다음에 그 처연한 아름다움을

더욱 더 드러낸다.

 

그늘 진 내 마음이 그 꽃들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얼마나 따스한 온기를 더해서 돌아올지,

 

내리는 가을 비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