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2

가을을 타는 사람, 봄을 타는 사람.

산중산담 2016. 11. 30. 19:57

 

가을을 타는 사람, 봄을 타는 사람.

 

 

봄을 타는 사람도 있고

가을을 타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後者 같다.

가을이 오면 몸도 마음도

무겁고 피곤하다.

 

소싯적과 다르게

가을 주말 답사를 끝내고 나면

눈꺼풀이 무겁고

자고 나면 으레 눈곱이 매달려 있으며

그렇게 잠을 푹 자고 났는데도 몸이 개운하지 않다.

왜 그럴까?

걷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당연하고 또 당연한 현상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 마음 탓이고 결국 몸 탓이리라.

 

뜨거운 가을 햇살을 받으며

하루나 이틀을 걷는 것이

마냥 행복하고 마냥 즐겁기만 하겠는가,

어떤 때는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는 것처럼

팍팍하고 어떤 때는 새의 깃털이나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처럼 가볍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때는 일 같을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놀이와 같이

상황에 따라 마음의 상태가 다르다는 것이다.

 

얼마나 내가 가을 햇볕을 받으며

이 세상을 소요할지 모르겠지만

좀 더 가볍게 마음 비우고 걸어가리라,

마음먹는다.

푹 자고 난 가을 아침에,

 

2016927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