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2

이 하수상한 세월을 사는 법,

산중산담 2016. 11. 30. 20:14

 

이 하수상한 세월을 사는 법,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사실인가? 아닌가?

내 생각에는 아닌 것 같다. 우선 책을 사볼 마음의 여유가 없기도 하지만,

붉게 물드는 단풍놀이도 그렇지만

이 세상에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큰 사건들 때문에

그 전말을 헤아리고 유추하기에도 바빠서 굳이

골치 아픈 책을 사서 읽어야할 필요가 없다.

뿐만 아니라 산다고 해도 책을 읽을 시간도 없다.

 

요즘의 정치계나 경제계, 그리고 문학계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는 그 속으로 깊이 파 들어가면

대개 고구마 줄기처럼 연결되고 이어지는 인간들의 인연이다.

10년이고, 20, 30여년을 사람들을 만나서 살다가 보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용납하게 되고,

그러다가 어떤 일에 연루되어 그 사람과 같이

나쁜 인간의 부류로 치부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소리 소문도 없이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처럼

젖어들고 빠져들어도 그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일찍이 사마천은 <사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사람을 알려면 그 친구를 보라

그 말은 백 번, 천 번 타당하다.

그렇기 때문에 <돈키호테>의 작가인

세르반테스도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을 것이다.

 

자기가 시시한 사람이면 친구도 시시한 사람이 많고,

자기가 훌륭한 사람이면 친구도 훌륭한 사람이 많으니까,

좋은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부터 수양을 닦아야 한다,”

 

인생의 길을 걸어가면서 마음에 맞으면서도 한결같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어쩌다 만나서 정을 주고 인생을 논하던 사람 때문에

어쩌지 못하는 경우에 빠지는 경우를 더러 본다.

 

사람을 사귀는 것이 어렵다고 혼자서만 살수는 없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친구가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책과 함께 노닐면 된다.

책이 없으면 구름이나 노을이 내 친구이고,

구름이나 노을이 없으면 하늘가를 날아다니는

갈매기에 마음을 의지하면 된다.

갈매기가 없으면 남쪽 마을의 회화나무를

친구삼아 바라보아도 되고,

귀뚜라미를 구경하며 즐길 수도 있다.

무릇 내가 사랑해도 상대가 시기하거나 의심하지 않는 것은

모두 나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이덕무의 <청장관전서> 63권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에 실린 글이다.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이렇게 살면 된다.

이렇게 살고자 하면서도 다르게 살아보려다 패가망신하는 것은

모든 인간들이 버리지 못하고 자꾸만 더 채우려고 노심초사하는

이런 저런 욕심 탓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이 없다.‘ 는 옛말이 있다.

재물도 권력도, 명예도, 그만하면 되는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신세 망치는 사람들, 그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과 함께

쓸쓸한 마음이 든다. 그것은

나 역시 이 땅을 살다가 금세 사라지는 부평초 같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나보다 훌륭한 사람은 우러러 사모하고,

나와 비슷한 사람은 아껴주어 교제하면서 서로 격려하고,

나만 못한 사람은 딱하게 여겨 가르쳐 준다면

천하가 태평할 것이다.” 맹자의 말이다.

 

이렇게 살다 가면 얼마나 좋을까?

 

20161026(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