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왔다가 금세 떠나는 이 세상이 왜 그리 말도 많고 탈도 많은지,
한 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바쁘게 사는 것인지, 아니면 바쁜 체 하고 사는 것인지는 몰라도
매일 매일이 전쟁터처럼 한 순간도 방심하지 못하고 살다가
가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삶이다.
그렇게 살다가 모든 사람이 가는 세상을 내세來世 또는 저승이라고 부르는데,
저승에는 다섯 개의 강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 첫 번째 강이 저승 입구에 있는 아케론 강으로 고통의 강이다.
죽은 사람은 뱃사공 카론의 작은 배로 아케론 강을 건너며,
죽음에서 오는 깊은 고통을 천천히 씻어내는 것이다.
두 번째 강이 비탄과 통곡의 코키토스강이다.
얼음보다 차가운 물이 흐르는 그 강에서 죽은 자는
모든 시름과 비통함을 내려놓는다.
세 번째 강이 불의 강으로 플레게톤 강이다.
뜨거운 열기에 물과 진흙이 끓는 이 강에서 죽은 자는
남아 있는 감정들을 완전히 태워 버린다.
그 다음 네 번째가 검푸른 색이 흐르는 스틱스 강이다.
저승을 아홉 차례 감도는 이 강에선 뱃사공인 카론이 죽은 자를
하데스로 인도한다고 하며, 이강을 증오의 강이라고 부른다.
이 강은 지옥이란 이미지의 강으로 위엄이 있기 때문에
신들조차 두려워한다고 한다.
다섯 번째 강이 죽은 자가 건너는 마지막 강으로 레테의 강이라고 한다.
이 강은 망각의 강으로 레테는 이 강물을 마시고,
이승의 기억을 모두 지운다고 한다.
이처럼 다섯 개의 강을 건너며 죽은 자들은 이승과 결별하는 것이다.
이승에서의 희로애락에 얽힌 모든 기억들을 지우는 것이다.
그 중 스틱스 강은 사람이 강물과 접촉하게 되면
초자연적인 능력을 부여받았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아킬레우스의 어머니인 레티스는
아킬레우스가 갓 태어났을 때 스틱스 강물에 담궈서
그를 무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를 강물에 넣을 때
발목을 잡았기 때문에 그 부분이 강물에 닿지 않았고
따라서 그 부분이 약점으로 아킬레스건이라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면면히 이어져 온 것이다.
살아 있으면서도 죽음을 갈구하는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런 때 건너고 싶은 강이 바로 레테의 강이다.
“슬프다 모든 학문은 한 점에 있어서 노년과 흡사하다.
최악의 증상은 노년에 삶에 대한 일이다.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열광하는 것을 막고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미친 듯이 행동하는 것을 방해한다.
이탈리아를 다 보고 나서
나폴리의 레테의 강을 찾아 모든 것을 다 잊고 싶다.
그 후에 다시 여행을 하고 싶다.
그렇게 나의 생애를 보내고 싶다.”
<적과 흑>의 작가 스탕달이 <로마에서의 산책>에 쓴 글이다.
영원히 망각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잠시 잊고 싶은 이 세상의 일이 있고,
잠시 잊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잊고 싶은 이 세상의 일이 있다.
그런데 누구나 그렇지만 모든 인간은
한 달은커녕 하루 앞의 일도 모르고 살아가는 소경이나 진배없다.
얼마나 안타까운가? 나도 당신도 소경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이....
알 수 없다. 내가 나도 모르고 내가 그대도 모르며,
하루 앞도 모르는데, 먼 미래와 세상의 이치를 어느 누가 알 수 있으랴.
겨울 강을 건너듯 그냥 조심조심 살아가다가
레테의 강으로 갈 우리들,
그것이 우리 모두에게 정해진 운명, 즉 길이 아닐까?
2016년 10월 28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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