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3

한 밤에 일어나 다시 세상을 응시하다.

산중산담 2017. 4. 10. 12:50

 

한 밤에 일어나 다시 세상을 응시하다.

 

 

언제부턴가 새벽에 잠이 깨면

이 생각, 저 생각이 떠올라

잠은 저 멀리 달아나고

멀뚱멀뚱 어둠을 응시하는 눈길만 부질없다.

 

불을 켜고 책상 앞에 앉으면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듯

떠오르는 생각, 생각들,

그래!

이 한 밤이 어쩌지 못하는 마음의 창고에서

스멀스멀 일어나는 생각의 산실일지도 모르고

쓸데없이 잠만 축내는 헛된 망상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모르는

생각하지 않은

밤중의 헤매임,

마음이라는 미궁 속으로

 

이렇게 괴테가 말했듯이,

예나 지금이나 마음은 언제나 방랑하는 중인 것을,

얼마나 더 황량하게 방랑해야 그 오랜 방랑의 닻을

이 지상에 내리고

마음 편히 머물 수 있을지,

 

일의 피로가 사라지고 나서,

풍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려면

한 시간의 완전한 육체적 휴식이 필요하다.

흔히 좋은 아이디어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떠올랐다.”

푸앵카레는 이렇게 말했는데,

<날개>의 작가 이상의 생각은 그와는 조금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 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나 역시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것은 내 마음 역시 항상 이리저리 흔들리기 때문이다.

내 마음,

한 순간은 에페소스 신전의 불꽃이 되었다가

다음 순간에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뉘엿뉘엿 지는 해가 되네.“

상드라르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소녀 잔의 산문>의 몇 소절과 같이

매 순간 변하고 또 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한 밤에 일어나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다가 어느 순간,

내가 아니면 안 되는, 나만이 발견할 수 있는

창조적인 어떤 법칙이나, 놀랄 만큼 아름답거나 특이한 그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독일의 위대한 수학자 칼 프리드리히 가우스가

전자기 유도 법칙을 발견한 것은

1835년 어느 날 오전 일곱 시였다는 데,

 

지금 시간은 오전 네 시 24,

나는 어떤 생각에 몰두해야 하는가?

 

20161115일 화요일 새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