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3

나를 살게 하는 것, 나를 꿈꾸게 하는 것은 여행이다.

산중산담 2017. 4. 10. 12:54

 

 

나를 살게 하는 것, 나를 꿈꾸게 하는 것은 여행이다.

 

 

지도를 보고 그 지도위를 거닐며

마음으로 여행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내 소년 시절, 청소년기의 일이다.

가능하지 않은 꿈이라 여기면서 그 지도 위에 내 꿈을 펼쳐놓던 시절이었다.

여행자는 하늘에서 늘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는 옛말이 있지만

나는 지도 위에서 나는 살았고, 그 지도위에서 내 꿈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를 벗어난 뒤 크나큰 시련의 시절이 다가왔고,

그때부터 나는 내가 걷고자 했던 지도위를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길은 항상 여러 갈래로 뻗어 있었고, 그 길은 항상 새로운 것을 예비해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이 우리나라 건, 또는 다른 나라건, 저마다의 성찬을 펴 놓고 기다리던 길이여,

그 길이 가끔씩 고난의 시기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고난을 주거나 힘겹게

헤쳐 나간 길일수록 가슴 속에서 그 어떤 사과도 맞바꿀 수 없는

보석으로 변하여 오랫동안 내 영혼을 휘어잡았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책을 읽고, 그 책의 현장을 제대로 체험하기 위해 다녔던 수많은 길들,

그 길들을 추억의 서랍 속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다시 떠나야 할 곳이 많다는 것은 기쁨일까? 아니면 슬픔일까?

 

바다, 가을의 따사로움, 빛에 씻긴 섬, 영원한 나신裸身, 그리스 위에 투명한 베일로 내리는 상쾌한 비, 나는 생각했다. 죽기 전에 에게 해를 여행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에게 복이 있다고,

여자, 과일, 이상, 이 세상에 기쁨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따사로운 가을날 낯익은 섬의 이름을 외며 바다를 헤쳐 나가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쉬 천국에다 데려다 놓을 수 있는 것이어서 나는 좋아한다.

그곳만큼 쉽게 사람의 마음을 현실에서 꿈의 세계로 옮겨 가게 하는 곳은 없으리라. 꿈과 현실의 구획은 사라지고, 아무리 낡은 배의 마스트에서도 가지가 벋고 과일이 익는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구절이다.

 

남이 장에 가니까 어영구영 따라가는 여행이 아니고,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땅을 살다간 사람들의 행적을 제대로 보고

음미하며 떠나는 여행, 그 여행을 통해서 인간은 한 단계 급상승한다.

내가 나를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만나는 여행,

그 여행이 바로 옛 사람이 말한

갖가지 길이 각 민족을 로마에 이르는 큰 길로 인도하듯

그렇게 한 인간을 거듭나게 하는 여행이다.

그 여행을 통해 일부 사람들은 오시안의 말과 같이 눈부시게 변화할 수 있다.

 

전에는 듣지 못하던 내 귀가 듣고

보지 못하던 내 눈이 보고

세월을 살던 내가 순간을 보고

배운 지식밖에 모르던 내가 진리를 안다.“

 

이 얼마나 신기하고, 오묘한 일인가?

지금까지 살아온 나를 벗어나 새로운 경지로 들어가는 순간을

안내하는 여행, 그 여행지,

그리스, 금강, 사량도의 지리망산과, 칠현산,

그리고 나를 기다리는 여행지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서.

매일 떠나고 또 떠나는 것, 그러한 사실이.....,

 

20161119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