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3

이왕 걷는 것, 의미 있게 역사의 길을 걷자.

산중산담 2017. 4. 10. 12:55

 

 

이왕 걷는 것, 의미 있게 역사의 길을 걷자.

 

 

아침이나 저녁 무렵 밖을 나서다 보면 여기저기

걷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 목격한다.

육체적 건강을 위해서, 또는 정신의 건강을 위해서

걷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것, 얼마나 좋은 일인가?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우리 국토를 만나고, 우리 문화를 만나며 걷는 다는 것,

더 더욱 좋은 일이리라.

그런 마음으로 그런 자세로 걷는 사람들에게

월트 휘트먼은 다음과 같은 응원의 글을 보냈다.

 

저녁 식사 후 건강을 생각해서 반마일쯤 산책하라.” 는 속담이 있다.

나는 이 속담에 한마디를 덧붙이고 싶다.

저녁식사 후 건강을 생각해서 반마일쯤 산책해라.

가능하다면 당신의 나라에서라고,

국민에게 국토는 생명이나 다름없다.

외국여행을 즐기는 부자도 많지만,

그들이 마음껏 바다를 건널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나라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국이 없는 여행자는 난민에 불과하다.

자신의 나라에서, 자신의 두 발로 저녁식사 후

산책할 수 있는 것은 특권이자 축복이다.

이점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월트 휘트먼의 산문 중 한 편이다.

 

자연스럽게 걸으면서 나 자신을 만나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과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만날 수 있으니

걷기는 말 그대로 일석 3, 일석 4조인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내 나라를 걷는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일부 사람들은 다른 나라로만 눈을 돌린다.

 

야고보가 걸었던 순례길, 유럽의 산티아고 길을 걷지 않으면

도보답사를 하지 않은 것이나 다음 없는 것처럼

너도 나도 그 길을 걷고 돌아와서 책을 펴내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백두대간을 종주하지 않으면 산악인이 아닌 것과 같이 말이다.

그 길이 나쁘다거나, 그 길이 아름답지 않아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원효스님이나 의상스님,

그리고 도선국사를 비롯한 수많은 구도자들이

걸어 다녔던 길이 있다.

백범 김구가 피난처를 찾아 나섰던 길이나,

이순신의 백의종군 길, 동학군의 진로, 증산 강일순이 구도를 위해

걸었던 길이 있을 것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우리나라의 길을 걷고,

다른 나라의 길을 걸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속담처럼

오로지 남의 것에만 귀를 기울이고, 눈을 돌리다가보니

내 나라 내 땅을 제대로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어디 나라 사랑이 마음 깊숙이 들어갈 틈이 있겠는가?

 

그런 길들 뿐만 아니라 오천년 역사 속의 우리나라의 옛길이 있다.

영남대로, 관동대로, 삼남대로, 강화로,

그 길들을 걷는 사람들은 정말로

삼년 가뭄에 하나 나는 것만큼이나 드물다.

 

나라가 나라 같지 않다.‘

그런 말들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는 요즈음,

국토 사랑을 위해서 우리나라 옛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남이 장에 가니까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는 국토 대행진이 아니라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는 E.H. 카의 말을 되살리며

우리 국토의 옛길을 한 발 한 발 걷다가 보면

옛 사람들의 지혜와 슬기를 만나

새롭게 거듭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20161121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