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이치는 강물과 같은데,
상식적으로 보면 세상이 더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모두가 평등하게 잘 살 것 같다.
하지만 세상이 더 발전하고 진보 할수록
세상은 더욱 더 계층 간의 갈등이 심하고, 들리는 소문은 흉흉하다.
금세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처럼 여기저기 균열이 생기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어
어느 한 순간도 평화롭지 않고 시끄럽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은 어둡고,
답사를 하면서, 그 푸른 바다, 그 푸른 하늘을 보면서도 편치가 않다.
그것 역시 내가 이 땅에 살아 있다는 표적이고 이 땅의 현주소다.
“우리의 내면에는 여전히 어두운 구석이 살아 있습니다.
비밀에 가득 찬 골목길이, 봉창된 창이, 불결한 뜰이,
시끄러운 주점이, 문을 닫은 여관 등이,
우리는 지금 새로이 건설된 시가를 거닐고 있습니다.
우리의 걸음, 우리의 시간은 불안정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내면에서 옛날의 비참한 골목길을 걷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깨어 있는 채 꿈속을 거닐고 있습니다.
나 자신은 지난 시대의 망령에 지나지 않습니다.“
프란츠 카프카가 구스타프 야누흐에게 한 말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현재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그대로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대명천지 21세기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그래서 여기저기 모든 사람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중이다.
무엇을?, 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정확한 답을 알지도 못하고
찾을 수도 없이 동분서주東奔西走하는 마음들이,
저마다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 이 세계는 가속도가 붙은 채 내리막길을
걷잡을 수 없이 달리고 있는 기차와 같다.
사람들은 자신이 과연 그쪽으로 가야 하는지 의심하면서도
안전하게 뛰어내릴 방법을 찾지 못해 불안에 떨며,
그 기차에 타고 있는 상황이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어느 학자가 말이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 어디서 멈출 것인가?
내가 가는 이 길이 과연 내가 가고자 했던 길인가?
그것도 나 혼자만이 아닌 모든 집단이 갈 길을 잃은 근원,
자세히 들여다보면 욕심 탓이다.
욕심, 어떻게 할 것인가?
아흔아홉 섬 가진 사람이 백 섬을 채우기 위해
한 섬 가진 사람의 것을 빼앗았던 것이 옛 시절이었다.
지금은 더 교묘하게 착취하고 사기를 친다.
가진 자들은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더 가지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없는 자들은 가능하지 않는 ‘로또’ 당첨을 위해 푼돈마저 다 내 놓고 있다.
누구나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내놓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인간은 항상 자기 이익을 위해 살고, 지구 역시 자기를 위해 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금과 옥이 집을 가득 채우면 그것을 지킬 길이 없다.”
<노자> 9장에 실린 글이다.
세상의 이치는 강물과 같이 자연스레 흘러야 하는데,
억지로 넘치게 하면 탈이 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알면서도 그 선을 넘는 것일까?
알 수 없는 사람의 마음, 그래서 서글프다. 그렇지 않은가?
2016년 12월 5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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