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3

언젠가 터질 환호성歡呼聲처럼

산중산담 2017. 4. 10. 13:03

 

 

언젠가 터질 환호성歡呼聲처럼

 

 

어둠 가시지 않은

칠흑 같은 새벽,

어디론가 이어질 길이 있으리라 여긴 채

길을 나섰다.

괴나리봇짐 하나 짊어지고,

세상의 근심 다 가슴에 안고

길을 나섰다.

 

길에 나서긴 나섰는데,

길의 초입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가로등 하나 없이 캄캄하기만 한 길,

바람이 불고, 무서리 내리고,

쓸쓸하면서도 황량한 길,

그 길을 걷다가 어느 순간,

어디선가 모르게

눈앞에 환하게 나타나는 불빛들,

 

하나가 둘이 되고,

두 개가 세 개가 되고,

열 개가 백 개, 백 개가 만개가 되는

불빛들의 군단,

하나둘 씩

그 불빛이 희망이 되고

꽃이 되어 꽃비가 내리는 경이,

그게 가능한 것이 이다.

벚나무 가지를

부러뜨려 봐도

그 속엔 벚꽃이 없네.

그러나 보라. 봄이 되면

얼마나 많은

벚꽃이 피는가?“

일본의 선승禪僧 이뀨(1384~1481)

노래했던 그 벚꽃들과 같이

아름다운 희망의 꽃들이 은하수처럼,

언젠가 터질 환호성歡呼聲처럼

쏟아져 내리는 그 시간이

바로 지금일지도 모르고

한 숨 늘어지게 잔 뒤

그 때일지도 모르는 것을,

 

2016126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