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3

천국과 지옥은 같은 이름의 친구가 아닐까?

산중산담 2017. 4. 10. 13:29

 

 

천국과 지옥은 같은 이름의 친구가 아닐까?

 

 

며칠간의 여정에서 돌아와 방문을 열자

내가 떠나기 전의 그대로의 풍경이 나를 맞는다.

조금만큼도 변하지 않은 그 방을 바라보며

나에게 있어 집은 무엇인가? 생각한다.

나에게 안식처이자 천국 같은 곳일까?

아니면 나의 일터로서 끊임없이 일을 강요하는 지옥 같은 곳일까?

천태만상이라고 하는 사람들,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삶을 천국같이 여기며 사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을 지옥처럼 여기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지옥이라고 여기며 사는 사람이나

천국이라고 여기고 사는 사람이나 같은 생각은

어서 죽으면 좋겠다는 말은 잘하면서도

삶에서 죽음으로 가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그 삶이 행복하건, 불행하건 마찬가지다.

오래 살기를 원하는 마음,

그 마음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고,

살아 있다는 것은 그만큼 축복인가?

그렇다면 지옥이란 인간에게 무엇일까?

인류의 오랜 노정 중에 지옥이나 천국에 가본 사람이 하나도 없고,

마찬 가지로 지옥이나 천국을 경험하고 돌아온 사람도 없다.

천국은 미사여구美辭麗句로 가능하지만

지옥은 쉽지가 않은데, 그 지옥을 두고 이런 저런 말이 많다.

하지만 지옥을 제대로 표현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지옥이란 결코 다시는 사랑할 수 없는 어떤 고통이라고

도스토예프스키는 말했었다.

엘리어트는 <칵테일 파티>에서 지옥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지옥이 뭐야? 지옥은 자기 자신이야.

지옥은 혼자야.“

지금 이 시대에 혼자만의 지옥속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그러나 그 지옥이 인간을 현명하게도 하고

거듭나게도 하고, 자기 자신을 절망의 나락에 빠뜨리기도 한다.

나에게 그런 지옥의 시간이 없었다면 내가 이렇게 홀로 살 수 있었을까?

지옥, 가끔씩 나를 절망에 빠뜨리기도 하고

희망의 끈을 늘어 뜨려주기도 하는 지옥,

지옥은 천국과 같은 이름의 친구가 아닐까?

 

20161216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