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3

먼 길 가는 나그네가 준비해야 하는 것.

산중산담 2017. 4. 10. 13:31

 

 

먼 길 가는 나그네가 준비해야 하는 것.

 

어제가 아니고 그제 서울 문화방송에서 여행의 맛녹화를 하다가

진행자인 노중훈씨에게 여러 번 질문을 했다.

그러자 그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진행자에게 이렇게 질문을 많이 하는 출연자는 처음 보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대답했다.

나도 진행자가 아니냐?”

작고한 아동문학가인 권정생 선생님의 <몽실 언니>에 나오는

최선생이 제자들에게 가끔씩 묻는다.

길을 가는 나그네는 참 고달픕니다. 때로는 평탄한 길도 있지만 가파르고 험한 산길도 있고, 벼랑길도 가야합니다. 그 고달픈 길에서 어떤 때는 무서운 짐승도 만나고 날강도를 만날 때도 있습니다. 갑자기 맑은 날씨에 구름이 끼고 소나기가 쏟아지기도 하고, 길을 잘못 들어 깊은 숲속을 헤맬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나그넷길을 우리는 어떻게 목적지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누구나가 한 번쯤 생각해 보았지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러자 스무 살 남짓의 종남이라는 학생이 대답했다.

첫 째, 배가 부르도록 밥을 실컷 먹어야지요. 그리고 두 번째는 튼튼한 신발을 신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목적지까지의 길이 얼마나 되는지, 험한지, 평탄한지, 먼 저 가 본 사람에게 물어봐야지요. 그리고 나서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손뼉을 치자 최선생이 다시 말했다.

종남이 학생의 의견은 대단히 좋습니다. 특히 세 번째의 견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누구든지 길을 가지만 그 길의 멀고 가까움과 어느 정도 험한가, 평탄한가를 알라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지요. 우리들이 지금 공부를 하려는 것은 바로 우리의 인생길을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가, 그 길의 내용을 정확히 알고 가자는데 있는 것입니다, 개인의 인생은 물론 우리 마을, 우리국가의 앞날에 어떤 장애물이 있는가, 미리 잘 알아서, 우리는 튼튼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렇다. 재미있고 유익한 대화는 묻고 답하는 것을 솔로몬의 말과 같이

적절한 대화는 달콤한 키스와도 같다.”

이렇게 하면 된다. 길을 가는 그 단순하지만 오묘한 그, 행위에

인생의 비밀이 다 숨겨져 있고 길 위에 민족의 미래에 대한 답이 다 펼쳐져 있다.

작금의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암담한 것이 말들은 많다. 그런데,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제대로 진단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하루 길이나 며칠 길을 갈 때도 만반의 준비를 해서 가는데,

나라의 운명을 책임지겠다는 사람들이 당리당략과 개인의 입신출세만 염두에 두고

나대는 것 같아서 그게 슬프다.

병을 고치는 것은 그 병의 원인을 제대로 알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치료해야

환자의 병이 치유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세상은 명의는 없고,

돌팔이 의사들만 득실거리고 있다.

이 혼돈의 세상에서

과연 어떤 명의가 나타나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인가?

답은 없고 걱정만 앞선다.

세상의 근심을 먼저 근심하고, 나의 즐거움은 나중에 누리는

그런 사람을 찾기가 그렇게 어렵단 말인가?

답답하기가 깊은 어둠 속 같은 것은 나만이 아닌 것,

요즘 세상 풍경이 아닐까.

 

 

20161217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