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3

세상은 항상 위기였고, 극복해야 할 어떤 대상이었다.

산중산담 2017. 4. 10. 13:26

 

세상은 항상 위기였고, 극복해야 할 어떤 대상이었다.

 

 

세상은 항상 위기였고, 지금도 위기일 것이고, 내일도 그러할 것이다.

이 고개만 넘어 가면 쉬운 길이 나타날 것이라 여기지만

한 고개 넘어 가면 또 한 고개가 나타나듯,

오늘이 가면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과는 달리

또 다른 괴로움이 파생하여 하루도 편한 세상을 살지 못하면서 사는 것이

이 세상에 부여된 삶의 이치라면 슬픈 일일까?

우리나라 역사속의 큰 사건이 한 고비苦悲를 넘고,

또 다른 고비들이 넘어 온 고개마다 산적해 있어서 그런지

저녁 내내 이리저리 보채며 편히 잠들지 못하고 깨어난 새벽,

날은 아직도 어둡고 깊다.

며칠 지나면 다가올 동지冬至 이후엔 좀 나아질 것인가?

이것은 가당치 않은 나의 희망이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에 잠 못 이루는 이 새벽에 문득 생각나는 글 한 편이 있다.

언젠가 우리가 거울같이 맑은 가을 오후에 낙엽이 바람에 날리는 과수원을 천천히 걷고 있을 때, 카프카 박사가 내게 말했다.

인내는 모든 상황에 쓸모 있는 열쇠에요. 우리는 모든 것과 공평해야 하고, 모든 것에 헌신해야 하지만 동시에 침착하게 ?喚?참아야 해요

이렇게 말한 그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휨이나 부러짐은 없어요. 오직 자기 극복으로 시작하는 극복만이 있을 뿐이에요. 우리는 극복을 피할 수 없어요. 이 궤도에서 이탈은 언제나 붕괴예요. 우리는 모든 것을 침착하게 받아들여서 발전시켜야 해요. 소심한 자아의 한계는 오직 사랑으로만 분쇄할 수 있어요. 우리는 우리 주위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내는 낙엽 뒤에서 싱싱하고 신선한 봄의 푸르름을 보고, 참고 기다려야 해요. 인내는 모든 꿈을 실현하는 유일하고도 참된 토대에요.”

그것은 그가 내게 끈질긴 관용으로 심어주려고 했던 삶의 원칙이며, 이 원칙의 정당성을, 말과 손짓, 미소로 큰 눈을 깜박거리면서 그리고 노동자손해보험공사에서 상당히 여러 해를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시켰다

<카프카의 대화>에 실린 글이다.

우리가 처한, 아니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처한 상황이

정도의 차이만 있지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참고, 견디고. 그리고 극복해야 한다는 것,

니체가 말한 운명애運命愛와는 같은 듯 다르지만

우리 모두의 힘으로, 아니 그 연약한 백짓장을 맞들 듯이

서로 힘을 모으고 합할 때, 이 참담한 현실이

봄 강물에 얼음이 풀리듯 풀어지며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다.

아름다움을 보고도 드러내놓고 아름답다고 말 할 수 없는 이 시대에

그래도 이 나라 이 땅을 한 발 한 발 걷기 위해 길 나서기 전,

아직도 세상에 여명은 오지 않고 있는데,

나는 어디를 정처도 없이 걷고 또 걷다가 돌아올 것인지,

 

20161210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