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물음과 답변을 초월하는 것이 불이법문이다.
답사 중에 가장 많이 들리는 곳이 절이다.
어떤 때 며칠간의 답사를 끝내고 돌아올 때 소감을 물으면
너무나 많은 사찰을 다녀와서 어느 절에 갔는지를
모르겠다는 말들을 들을 때가 있다.
그것은 불교가 이 나라에 들어온 지, 천 5백여 년의 세월이 흐르다가 보니
수많은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고, 귀중한 문화유산이 산재한 곳이 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찰로 들어가는 산문 중 마지막 문인 불이문은
해탈문解脫門이라고도 부르는 이문의 불이문不二門이다.
불이不二는 분명을 떠난 언어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절대의 경지를 뜻한다고 한다.
유마경의 진수를 불이법문이라고 하는데
그 법문 속에서 유마가 보살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불이법문에 들어간다는 것은 무슨 뜻 입니까?”
이때 여러 보살들이 자신들의 체험을 통해 얻은 견해를 이야기했고
마지막으로 문수보살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모든 것은 말하려고 해도 말할 수가 없고
알려고 해도 알 수 없으므로 모든 물음과 답변을 초월하는 것이
불이법문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
말을 마친 문수보살이 유마에게 물었다.
“우리들은 제각각 자신의 견해를 말하였는데
다음 차례는 유마 당신의 차례입니다.
어떠한 것을 불이법문에 들어간다고 하는 것입니까?”
그 물음에 유마는 묵묵히 말이 없었다.
이때 문수보살이 말했다.
“훌륭합니다. 문자와 말까지도 있지 아니한 것이
참으로 불이법문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
유마가 한 번의 침묵으로 불이법문에 들어간 것을 보여준 것처럼
석가세존 역시 임종에 임하여
40여 년 간 한 자(字)도 설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최순실의 청문회를 보면서 느낀 것은
질문자들이 말은 많은데, 쓸 말이 적고,
격앙된 몸짓으로 말을 얼굴로 손짓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증인은 또 어떤가,
말은 적은데,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것이었다.
“모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 말 속에 숨어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제대로 풀려 나오지 못하고, 비밀이라는 말,
소문이라는 말 속에서 활개를 치는 세상,
이 세상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알 수 없다.
불이법문의 그물에 걸리지 않고 살아나가야 하는 이 세상,
니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태풍을 일으키는 것이 가장 나직한 말이다.
비둘기 걸음으로 걸어오는 사상이 세계를 움직인다.“
이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이
너무 말만 많다.
어찌 할까? 그대로 살라고 말해야지
다른 도리가 없지 않은가?
2016년 2월 24일 토요일
'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지란 가장 아름답고 가장 가까운 삶의 숨결이라는데, (0) | 2017.04.10 |
---|---|
사랑 때문에 왔다가 사랑 때문에 살다가는 이 세상. (0) | 2017.04.10 |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가? (0) | 2017.04.10 |
정의는 없고, 불의만 판을 치는 이 세상에서. (0) | 2017.04.10 |
아직 삶도 제대로 모르는데, 죽음을 어찌 알리. (0) | 2017.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