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3

모든 물음과 답변을 초월하는 것이 불이법문이다.

산중산담 2017. 4. 10. 13:38

 

 

모든 물음과 답변을 초월하는 것이 불이법문이다.

 

 

답사 중에 가장 많이 들리는 곳이 절이다.

어떤 때 며칠간의 답사를 끝내고 돌아올 때 소감을 물으면

너무나 많은 사찰을 다녀와서 어느 절에 갔는지를

모르겠다는 말들을 들을 때가 있다.

그것은 불교가 이 나라에 들어온 지, 5백여 년의 세월이 흐르다가 보니

수많은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고, 귀중한 문화유산이 산재한 곳이 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찰로 들어가는 산문 중 마지막 문인 불이문은

해탈문解脫門이라고도 부르는 이문의 불이문不二門이다.

불이不二는 분명을 떠난 언어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절대의 경지를 뜻한다고 한다.

유마경의 진수를 불이법문이라고 하는데

그 법문 속에서 유마가 보살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불이법문에 들어간다는 것은 무슨 뜻 입니까?”

이때 여러 보살들이 자신들의 체험을 통해 얻은 견해를 이야기했고

마지막으로 문수보살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모든 것은 말하려고 해도 말할 수가 없고

알려고 해도 알 수 없으므로 모든 물음과 답변을 초월하는 것이

불이법문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

말을 마친 문수보살이 유마에게 물었다.

우리들은 제각각 자신의 견해를 말하였는데

다음 차례는 유마 당신의 차례입니다.

어떠한 것을 불이법문에 들어간다고 하는 것입니까?”

그 물음에 유마는 묵묵히 말이 없었다.

이때 문수보살이 말했다.

훌륭합니다. 문자와 말까지도 있지 아니한 것이

참으로 불이법문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

유마가 한 번의 침묵으로 불이법문에 들어간 것을 보여준 것처럼

석가세존 역시 임종에 임하여

40여 년 간 한 자()도 설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최순실의 청문회를 보면서 느낀 것은

질문자들이 말은 많은데, 쓸 말이 적고,

격앙된 몸짓으로 말을 얼굴로 손짓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증인은 또 어떤가,

말은 적은데,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것이었다.

모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 말 속에 숨어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제대로 풀려 나오지 못하고, 비밀이라는 말,

소문이라는 말 속에서 활개를 치는 세상,

이 세상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알 수 없다.

불이법문의 그물에 걸리지 않고 살아나가야 하는 이 세상,

니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태풍을 일으키는 것이 가장 나직한 말이다.

비둘기 걸음으로 걸어오는 사상이 세계를 움직인다.“

이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이

너무 말만 많다.

어찌 할까? 그대로 살라고 말해야지

다른 도리가 없지 않은가?

 

 

2016224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