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란 가장 아름답고 가장 가까운 삶의 숨결이라는데,
편지지에 한자 한자 정성들여 편지를 써서 봉투에 집어넣고
우체국에 가서 우표를 사가지고 마지막 편지를 보낸 적이 언제였던가?
기억조차 희미하다.
마지막 편지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니
누구에게 보냈는지는 더욱 아리송하고,
그렇게 많은 편지를 보내고 더더구나 연애편지 대필로
군 생활을 보낸 내가 그럴진대 다른 사람들은 말해 무엇 하랴.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이수익 시인의 <우울한 샹송>을 그리면서
밤에 쓰고 그대로 봉투를 봉하지 않은 채 아침에 보면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부치지 못했던 그런 편지는 아닐지라도
그 순수한 마음으로 쓰고 보냈던 그 편지를 쓰고 보냈던 시절이
불쑥 떠오른 것은 겨울이 깊어가기 때문이고,
청(淸)나라 때의 문장가인 원매(袁枚)가 쓴 편지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떠올린 탓이리라.
곽휘원郭暉遠이라는 사람이 아내에게 편지를 부쳤는데,
잘 못 보내는 바람에 백지白紙를 넣어 보냈다.
그 아내가 답시答詩를 보냈는데, 그 내용이 재미있다.
“푸른 망사 창에 기대어 당신의 글월을 받자오니碧紗窓下啓緘封, (벽사창하계함봉)
처음부터 끝까지 흰 종이 뿐이오라, 尺紙從頭徹尾空. (척지종두철미공)
아마도 당신께서 이 몸을 그리워하심이 應是仙郞懷別恨, (응시선랑회별한)
차라리 말 아니하려는 뜻을 전하고자 하심인 듯 하여이다.“
憶人全在不言中. (억인전재불언중)
자신의 실수를 아름다움으로 해석한 아내에 대한 사랑을
담담하게 털어놓는 지아비의 마음,
부부가 아니라도 아니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그런 사랑, 그런 우정을 가진 사람들이 이 세상에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인데,
그런 멋을 부렸던 옛 사람들은 가고
모두다 기계에 의존하는 시절이 도래하며 그 풍습이 사라진 것이다.
이런 저런 사연을 지닌 채 시 공간을 넘나들던
그 편지를 두고 독일의 문호 괴테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편지란 가장 아름답고 가장 가까운 삶의 숨결이다.”
영국 시인 존 던은 그보다 더 강렬하게 표현했다.
“편지는 키스보다 더 강하게 두 영혼을 결합해 준다.”
‘삶의 숨결’이자 ‘키스보다 더 강렬하다’는 그 편지를
연필로 쓰는 사람은 날로, 날로 줄어들고
문자로 카톡으로, 메일로만 보내고 있으니,
긴긴 겨울 밤 그리운 사람에게 짧거나 혹은 긴 편지를 쓰는
그런 날이라도 정하면 어떨까?
매일매일 보내는 나에게 띄우는 편지와는 또 다른 편지를...
2016년 12월 26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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