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3

통제할 수 없는 것과 통제할 수 있는 것?

산중산담 2017. 4. 10. 13:52

 

 

통제할 수 없는 것과 통제할 수 있는 것?

 

 

 

어제 푸르던 나뭇잎이

오늘 다시 보면 붉은 빛으로 물들어

거리에 구르다가 부스러져 돌아가듯

변하고 변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나마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말 그대로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하고 사는 것이

어찌 그리도 힘이 드는지,

그럭저럭 겨우겨우 사는 집의 가장家長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유일하게 꾸려나가고 있는 작은 단체(우리 땅 걷기)

대표 역할도 역시 제대로 하는 것 같지 않게 하고 있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역할을 겨우겨우 하며 사는 것도

버겁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럴까?

쓸쓸함이 밀려오는 한 해의 마지막 세밑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화살보다 더 빠르게 보내버린 세월의 아쉬움 탓인가알 수는 없지만 이런 저런 회한이 밀려오고 밀려오는 나날이다.

내 마음대로 산 것도 아니고, 그저 운명이라 체념하며 살았던 나날,

이 생에서의 그러한 날도 그리 길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자

이런 저런 추억들이 활동사진처럼 스치고 지나가며 떠오르는 위고의 글 몇 소절,

추억은 회한에 그 얼마나 가까운 것인지!

모든 것이 어쩌면 그렇게도 우리를 눈물짓게 하는지,

그리고 그대를 접하면서 나는 그대에게서 그 얼마만한 한기를 느끼는지,

, 죽음이여! 인간의 대문의 시커먼 빗장이여.“

모든 것의 마지막이자 완성은 것이 죽음인데 살아 있는 동안

인간의 한계를 옛 사람들은 어떻게 보았을까?

기구한 삶을 살다간 스토아학파 철학자인 에픽테토스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어떤 것들은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어떤 것들은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우리의 몸, 우리의 재산, 우리의 명성, 우리의 직업,

우리의 부모, 우리의 친구들, 우리의 동료들,

날씨, 경제, 과거, 미래, 우리가 죽을 거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의 마음이다.“

대체로 그의 말은 맞다.

하지만 에픽테토스가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던 사람의 마음도,

시시각각 바람 따라 변하는 풍향계처럼

순간순간 변하고 또 변하는 것이다.

갈대와 같다는 여자의 마음만이 아니고,

남자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변하고 변하는 그 마음을 다 잡고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흔들리면서도, 맑은 정신을 견지하고 살아나가야 하는 그게 참 어렵다.

그것은 아직도 길에서 길을 잃고 길을 찾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먼 길을 걸어야

흔들림 없는 무념無念과 무애无涯의 세계에 닿을 수 있을지?

 

 

20161229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