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할 수 없는 것과 통제할 수 있는 것?
어제 푸르던 나뭇잎이
오늘 다시 보면 붉은 빛으로 물들어
거리에 구르다가 부스러져 돌아가듯
변하고 변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나마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말 그대로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하고 사는 것이
어찌 그리도 힘이 드는지,
그럭저럭 겨우겨우 사는 집의 가장家長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유일하게 꾸려나가고 있는 작은 단체(우리 땅 걷기)의
대표 역할도 역시 제대로 하는 것 같지 않게 하고 있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역할을 겨우겨우 하며 사는 것도
버겁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럴까?
쓸쓸함이 밀려오는 한 해의 마지막 세밑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화살보다 더 빠르게 보내버린 세월의 아쉬움 탓인가알 수는 없지만 이런 저런 회한이 밀려오고 밀려오는 나날이다.
내 마음대로 산 것도 아니고, 그저 운명이라 체념하며 살았던 나날,
이 생에서의 그러한 날도 그리 길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자
이런 저런 추억들이 활동사진처럼 스치고 지나가며 떠오르는 위고의 글 몇 소절,
“추억은 회한에 그 얼마나 가까운 것인지!
모든 것이 어쩌면 그렇게도 우리를 눈물짓게 하는지,
그리고 그대를 접하면서 나는 그대에게서 그 얼마만한 한기를 느끼는지,
오, 죽음이여! 인간의 대문의 시커먼 빗장이여.“
모든 것의 마지막이자 완성은 것이 죽음인데 살아 있는 동안
인간의 한계를 옛 사람들은 어떻게 보았을까?
기구한 삶을 살다간 스토아학파 철학자인 에픽테토스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어떤 것들은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어떤 것들은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우리의 몸, 우리의 재산, 우리의 명성, 우리의 직업,
우리의 부모, 우리의 친구들, 우리의 동료들,
날씨, 경제, 과거, 미래, 우리가 죽을 거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의 ‘마음이다.“
대체로 그의 말은 맞다.
하지만 에픽테토스가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던 사람의 마음도,
시시각각 바람 따라 변하는 풍향계처럼
순간순간 변하고 또 변하는 것이다.
갈대와 같다는 여자의 마음만이 아니고,
남자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변하고 변하는 그 마음을 다 잡고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흔들리면서도, 맑은 정신을 견지하고 살아나가야 하는 그게 참 어렵다.
그것은 아직도 길에서 길을 잃고 길을 찾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먼 길을 걸어야
흔들림 없는 무념無念과 무애无涯의 세계에 닿을 수 있을지?
2016년 12월 29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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