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돌아와 경주에서의 시간들을 회고하다.
.
경주에서 돌아와 뜨거운 물을 연거푸 마시고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나
천천히 읽는 글이 가슴속으로 촉촉히 스며든다.
하루가 저물듯, 한해가 저물었고,
그 한해가 가는 것을 아쉬워 하듯,
진평왕릉을 붉게 물들이며 지는 해,
그리고 감포 앞바다 이견대에서
정유년 새해 새 아침의 해를 보았지,
감은사를 지나 다시 찾았던 문무왕 수중릉의 그 갈매기 떼들,
찬란하게 빛나던 읍천리 주상절리도 이젠 추억이 되어
내 기억속에서만 남아 있으니,
추억이란 무엇인가?
가버린 시절도 추억이고, 가버린 사람도 추억인데, 그 추억을
“밤이 서둘러 걸어와 순례자를 어둠으로 둘러싸듯
내 영혼아, 네가 가야 할 집을 생각해보라.
쏜살같이 빠른 네 삶에
아직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너의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너의 아침은 지나갔다.
두 번 다시 태어날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가버린 것은 가버린 것이다.
가는 순간,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 순간순간을 잘 사는 것,
나의 당신의 절대 명제가 순간을 잘 사는 것이다.
그 순간의 소중함을 소로도 역시 강조한다.
“계절은 소수점 같다. 오자마자 가버린다. 이어지지 않는다.
계절은 나의 사고에 어떤
음조와 색조만을 주고 가버린다. 4계절의 현상이란 추억이고 격려이다.
우리의 사고와 감정은 두 개의 물림 기어가 서로 물고 ?뭬튼〉資?4계절의 순환에 응답한다.
우리는 한꺼번에 단 하나의 접촉점과 친교할 뿐이다.
친교로부터 우리는 자극과 충동을 받고 새로운 계절이나 새로운 접촉점으로 나아간다.
한해는 자연 속에 언어를 갖고 있는 일련의 감각과 사고로 구성된다.
나는 이제 얼음이고 쾡이밥이다.
각각의 경험은 마음속의 분위기로 환원된다.“
1857년 6월 6일 사십 세의 일기이다.
우리가 추억이라고 여기는 그 지나간 세월들이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가슴속을 헤집고 올라와 글이 되고,
삶이 되는 경이, 그 어떤 것과 도 바꿀 수 없는 경이를 맛 보는 데,
여행은 가장 큰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ㅣ.
돌아온 지 몇 시간 밖에 안 되었는데, 그새 추억이 된 남산의 용장사터,
칠불암, 원원서지 가 그립다.
한 때 그 토록 번선했던 원원사지가 묘지가 되고,
깨어져 상처 투성이로 남아 있는 그 경주,
그래서 삶도 역시 그늘이 있는 삶,
상초뿐인 영광이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것인가?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멀고도 어렵다.
원원서지를 풀이한 이 말이 가슴을 치는 아침이다.
2017년 1월 2일 월요일
'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사는 곳의 골목을 걷는 즐거움, (0) | 2017.04.10 |
---|---|
조금은 한가하게 해찰도 해가며 사는 삶을 살자. (0) | 2017.04.10 |
길에서 만난 우리들의 인연, (0) | 2017.04.10 |
통제할 수 없는 것과 통제할 수 있는 것? (0) | 2017.04.10 |
그런 길도 있고, 저런 길도 있다. (0) | 2017.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