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아는 사람 공부가 가장 어렵다.
설 연휴 며칠. 하루의 잠시를 제하고는
방안에서 책과 보냈다.
읽다가 쓰다가 하는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면서
혼자라는 것이 허전하면서도 일면 가득 찬 충만 이라는 것을
새삼 알았다고 할까?
혼자,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공간 속인 듯싶다가
아파트의 놀이터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그 소리에 섞여 들리는 책갈피를 넘기는 소리,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
그 소리들이 어쩌면 천상에서 퍼져 나오는 아름다운 음악 같은 그 소리와
동무 삼아 떠나는 머나먼 여행, 그런 나날이었다.
오랜 만에 느낀 혼자만의 한가함과 밀려오는 정적,
그 혼자만의 한가함과 혼자만의 고독 속에서 하는 공부를
예찬한 사람이 <월든>의 숲을 사랑했던 소로였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지내는 것이 심신에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같이 있으면
곧 싫증이 나고 주의가 산만해진다.
나는 고독만큼이나 친해지기 쉬운 벗을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방안에 홀로 있을 때보다
밖에 나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닐 때 대개는 더 고독하다.
사색하는 사람이나 일하는 사람은 그가 어디에 있든지 항상 혼자이다.
고독은 한 사람과 그의 동료들 사이에
가로놓인 거리의 길이로 재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버드 대학의 혼잡한 교실에서도 정말 공부에 몰두해 있는 학생은
사막의 수도승만큼이나 홀로인 것이다.” 소로의 <월든>의 일부분이다.
사람 사이에서 사람이 되어 바쁘게 살다가 보면
나를 잃어버리고, 나를 찾는 경우가 더러 있다.
바쁜 사람들 사이, 그 소란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면
다시 찾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사람을 안 만나는 것은 아닌데도, 어쩌다가 보니
우리 땅 걷기나 몇 사람 외에는 그 흔한 모임 하나 없어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래서 가끔씩 허전하고 외롭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고,
나는 혼자만의 생활을 곧잘 즐기는 편이다.
혼자서 책 속에서 길을 잃고 책속에서 길을 찾는 날의 반복,
나의 심심하면서도 풍요로운 나날들,
그 나날들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우체국에서 만나는가 하면 친목회에서 만나며,
매일 밤 난롯가에서 또 만난다. 우리는 너무 얽혀 살고 있어서
서로의 길을 막기도 하고 서로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그 결과 우리는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잃어버렸다.”
다시 소로의 <월든>에 실린 글이다.
너무 자주 만나는 사람들은 격이 없고, 반갑기는 하다.
그렇지만 아무리 만나도 서로를 아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심정적으로 서로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신비감이나 존경심이 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주 만나지 못하고 어쩌다 만나는 사람들, 그 사람들 속엔
몇 년이 지나서 만나도 며칠 전에 만난 것 같이 막역한 사람이 있는 반면,
아주 오래 전에 잠깐 스치고 지나간 사람처럼 서먹서먹한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 속에 마음이 통하고 말이 통하는 만남,
그런 만남이어야 시간을 잊어버리고 말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데,
그런 만남이 어디 흔한 일인가?
이래저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어렵고도 힘들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면서 남은 생애를 보낼 것인가?
설레면서 두렵기도 한 것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고
사람이면서 사람을 아는 사람 공부가 가장 어렵다.
2017년 2월 초하루,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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