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3

사람이 사람을 아는 사람 공부가 가장 어렵다.

산중산담 2017. 4. 10. 14:34

 

 

사람이 사람을 아는 사람 공부가 가장 어렵다.

 

 

설 연휴 며칠. 하루의 잠시를 제하고는

방안에서 책과 보냈다.

읽다가 쓰다가 하는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면서

혼자라는 것이 허전하면서도 일면 가득 찬 충만 이라는 것을

새삼 알았다고 할까?

혼자,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공간 속인 듯싶다가

아파트의 놀이터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그 소리에 섞여 들리는 책갈피를 넘기는 소리,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

그 소리들이 어쩌면 천상에서 퍼져 나오는 아름다운 음악 같은 그 소리와

동무 삼아 떠나는 머나먼 여행, 그런 나날이었다.

오랜 만에 느낀 혼자만의 한가함과 밀려오는 정적,

그 혼자만의 한가함과 혼자만의 고독 속에서 하는 공부를

예찬한 사람이 <월든>의 숲을 사랑했던 소로였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지내는 것이 심신에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같이 있으면

곧 싫증이 나고 주의가 산만해진다.

나는 고독만큼이나 친해지기 쉬운 벗을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방안에 홀로 있을 때보다

밖에 나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닐 때 대개는 더 고독하다.

사색하는 사람이나 일하는 사람은 그가 어디에 있든지 항상 혼자이다.

고독은 한 사람과 그의 동료들 사이에

가로놓인 거리의 길이로 재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버드 대학의 혼잡한 교실에서도 정말 공부에 몰두해 있는 학생은

사막의 수도승만큼이나 홀로인 것이다.” 소로의 <월든>의 일부분이다.

사람 사이에서 사람이 되어 바쁘게 살다가 보면

나를 잃어버리고, 나를 찾는 경우가 더러 있다.

바쁜 사람들 사이, 그 소란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면

다시 찾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사람을 안 만나는 것은 아닌데도, 어쩌다가 보니

우리 땅 걷기나 몇 사람 외에는 그 흔한 모임 하나 없어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래서 가끔씩 허전하고 외롭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고,

나는 혼자만의 생활을 곧잘 즐기는 편이다.

혼자서 책 속에서 길을 잃고 책속에서 길을 찾는 날의 반복,

나의 심심하면서도 풍요로운 나날들,

그 나날들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우체국에서 만나는가 하면 친목회에서 만나며,

매일 밤 난롯가에서 또 만난다. 우리는 너무 얽혀 살고 있어서

서로의 길을 막기도 하고 서로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그 결과 우리는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잃어버렸다.”

다시 소로의 <월든>에 실린 글이다.

너무 자주 만나는 사람들은 격이 없고, 반갑기는 하다.

그렇지만 아무리 만나도 서로를 아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심정적으로 서로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신비감이나 존경심이 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주 만나지 못하고 어쩌다 만나는 사람들, 그 사람들 속엔

몇 년이 지나서 만나도 며칠 전에 만난 것 같이 막역한 사람이 있는 반면,

아주 오래 전에 잠깐 스치고 지나간 사람처럼 서먹서먹한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 속에 마음이 통하고 말이 통하는 만남,

그런 만남이어야 시간을 잊어버리고 말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데,

그런 만남이 어디 흔한 일인가?

이래저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어렵고도 힘들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면서 남은 생애를 보낼 것인가?

설레면서 두렵기도 한 것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고

사람이면서 사람을 아는 사람 공부가 가장 어렵다.

 

20172월 초하루,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