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통한 사람은 세상을 가볍게 여긴다는데,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살아갈수록 절감한다.
사람을 만나는 것, 헤어지는 것도 어렵지만
내 이름 하나 걸고 이런 저런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가진 것 없는 집에서 태어났고
그래서 학연, 혈연, 지연은커녕 어디 비빌 언덕도 없이 살았기 때문에
돌이켜 보면 이렇게 살아온 것도 용한 일이긴 하다.
그 모든 것을 내 운명이 돌리는 때도 있다. 하지만
문득문득 내 살아온 삶이 서글퍼져 의기소침하기도 하고
내가 나를 책망하기도 하는 세월이다.
이 또한 내가 너무 오래 산 탓인가?
자신이 이렇게 저렇게 서글퍼지는 시간마다
나는 내 도피처이자 안식처인 책 속으로 들어가고
그럴 때마다 그 책의 바다는 나에게 살아가야 할 힘과
영감과 편안한 안식의 시간을 주고
나의 현주소를 일깨워 준다.
“재주 있는 사람은 세상을 다스리고,
능력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선택받아 쓰여 지고,
사리판단이 밝은 사람은 시운時運에 영합하고,
유명한 사람은 세상에 명성을 드날리고,
탈속한 사람은 세상을 초월하며,
달통한 사람은 세상을 가볍게 여긴다.“
진계유의 <취고당검소>에 실린 글이다.
이 세상에서 잘 사는 재주는 영악해야 하고
사리판단을 잘 해야 하며, 사람들 사이에 잘 섞여서
지지고 볶기를 잘 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재주는 눈 씻고 살펴봐도 없는 사람이
세상과는 동 떨어진 일이나 하면서 살고서도
도태되지 않았다니 얼마나 진기한 일인가?
그렇다고 세상사에 달통해서 세상을 초월하지도 못하고
세상을 가볍게 여기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살고 있으니,
살아 갈수록 어려운 것이 삶이다.
남은 생애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새벽에 일찍 일어나면 잠은 더 멀리 달아나고
생각은 더 많은 생각을 낳는 이 시절,
나는 어떤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인가?
아직도 3월의 밤은 길고도 길다.
2017년 3월 2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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