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3

해답은 없고, 물음표(?)는 (?)로만 남는 이 시대에

산중산담 2017. 4. 10. 15:19

 

 

해답은 없고, 물음표(?)는 (?)로만 남는 이 시대에

 

 

아직 삶을 살고 있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게 삶인데도

내 삶이 어떻게 끝날 것인가?

이렇게 저렇게 생각할 때가 있다.

누구에게 평가를 받기 때문이 아니고,

내가 나를 평가하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그래서 살아갈수록 삶이 어렵고,

내 딛는 발걸음이 더 무겁다.

나와는 다르게 아직 태어나지 않았고,

우리들의 뒤를 이어 태어나 이 땅을 살아갈 사람들에게

진지하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이야기한 시인이 브레히트였다.

우리가 잠겨 버린 밀물로부터

떠오르게 될 너희들은

우리의 허약함을 이야기할 때

너희들이 겪지 않은

이 암울한 시대를

생각해다오,

신발보다도 더 자주 나라를 바꾸면서

불의만 있고, 분노가 없을 때는 절망하면서

계급이 전쟁을 뚫고 우리는 살아오지 않았느냐.

그러면서 우리는 알게 되었단다.

비천함에 대한 증오도

표정을 일그러뜨린다는 것을

불의에 대한 분노도

목소리를 쉬게 한다는 것을, 아 우리는

친절한 우애를 위한 터전을 마련하고자 했었지만

우리 스스로가 친절하지 못했단다,

그러나, 너희들은 인간이 인간을 도와주는

그런 정도까지 되거든

관용하는 마음으로

우리를 생각해다오.,“ 브레히트 <후손들에게>

20 세기에 쓰여 진 시들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시라고 평가받고 있는 이 시는

인간이 인간을 도와주고

관용과 함께 친절한 우애를 베풀기를 갈망하고 있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기는커녕 가장 증오하고

미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 시대에

브레히트의 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오늘의 이 시대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낭만이자 남루한 서정일지도 모르겠다.

알 수 없다.

이 시대, 내가 나로 살기는커녕,

겨우 숨을 쉬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 시대에

어떤 자세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분노도 나의 힘, 슬픔도 나의 힘, 체념도 나의 힘,

모든 것이 힘이면서 그 힘은 소모되고 연소되면서

비로소 제 값을 찾거나 아니면 무가 되는 것은 아닐까?

물음표는 물음표로만 남는 이 시대에,

 

201737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