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순간순간은 사진처럼 정직한 것,
사진은 정직한가?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언제부턴가, 내가 밥을 먹고 자고, 떠나고 돌아오는 일상처럼
내 삶의 일부가 되어 습관이 된 사진 찍기.
그 사진들을 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한 장 한 장 들여다 볼 때
가끔씩 내가 찍었으면서도 낯선 사진과 대면할 때도 있지만
사진은 대체로 내가 찍었을 그 당시의 순간을 간직한 채
내 앞에 적나라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정직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사진의 추억을 제대로 표현한 사람이 프란츠 카프카였다.
“1921년 봄에 프라하에서, 외국에서 얼마 전에 발명된 자동 사진기 두 대가 전시됐다. 내 기억으로 이 사진기는 전지 한 장에 사진 찍힌 사람의 열여섯 가지 혹은 그 이상의 표정을 담고 있었다.
그런 사진들을 들고 카프카 박사에게 가면서 나는 기분 좋게 말했다.
“몇 크로네만 있으면 여러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이 사진기는 기계화한 ‘ 너 자신을 인식하라’는 것입니다.”
그는 내 말을 듣고 기품 있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당신은 ‘너 자신을 오해하라’고 말하고 싶은 거죠?‘
나는 그 말에 이의를 제기했다
“왜요? 사진은 거짓말 하지 않습니다.”
“누가 거짓말 한다고 했나요.”그는 머리를 어깨 쪽으로 기울였다.
“사진은 시선을 사물의 표현에 고장하죠. 그래서 흔히 사진은 단지 빛과 그림자의 얇은 막처럼 사물들의 특징들을 통해서 어슴푸레 들어나는 숨겨진 본질을 희미하게 만들죠. 우리가 제 아무리 배율이 높은 렌즈를 사용해도 숨겨진 본질에 근접할 수는 없어요.
그때는 감정을 사용해서 숨겨진 본질을 더듬어야만 해요. 당신은 지난 시대에 수많은 시인, 예술가, 학자와 또 다른 마술사가 불안한 동경과 희망에 부풀어 맞섰던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현실에 단지 간단하게 값싼 기계의 단추를 눌러서 성공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나는 이 점을 의심하고 있어요. 이 자동 사진기는 확대 재생산된 인간의 눈이 아니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단순화된 이동하는 시선일 뿐이에요.”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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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좋은 렌즈를 사용해도 숨겨진 본질에 접근할 수 없다.‘고 말한 카프카의 말은 너무도 자당하다.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나
집단과 집단 사이의 관계에도 우리가 참견할 수 없는
아니 끼어들 수가 없는 그 틈과 사이가 있고,
사람들은 그 ‘틈’과 ‘사이’에서 이도 저도 못하는 시간들이
‘엄존儼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살아가면서 가끔씩 냉철해야 할 때가 있고,
어쩌다가 한 번씩은 노을이 불타오르듯 불타올라야 할 때가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알 수 없다. 개인사 일수도 있고, 나라의 명운이 걸린 운명의 시간일 수도 있는
그 시간, 나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자세로 그 시간을 기다리고,
내 정신은 그 순간을 어떻게 렌즈 속에 담을 것인지,
‘전쟁과 피하기 어려운 죽음에 직면해서
-아타락시아-
조용한 마음으로 만사를 방관하는 이외의 나은 지혜는 없다.‘
프란시스 베이컨의 말이 문득 떠오르는 이 새벽,
2017년 3월 10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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