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심결에 쓰는 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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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날이 갈수록 이기적이 되면서 흉포해지고 삭막하기가
이루 말 할 수가 없고,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비일비재 일어나다가 보니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험악하기 짝이 없고,
무섭다 못해 옮기기조차 민망하다.
욕이 아니라 죽고 죽이는 전쟁터에서나 쓰임직한 말들이
세상을 활보闊步하고, 떠다니는 시대가 이 시대인데,
역사를 반추해보면 고금이 지금이고, 지금이 고금이어서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 중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이 쓰는 욕 중의 하나가
‘개’나 금수를 들먹이는 경우이다.
요즘 같이 ‘개’나 ‘고양이. 또는 여러 동물들을 ‘반려伴侶’ 동물로 기르는
시대에도 그러한 것들을 비유해서 하는 욕들은 변치 않고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오늘날 사람을 욕할 때, 걸핏하면 금수禽獸나 개(犬)라고 욕하고, 강도라고 욕하곤 합니다. 욕을 한 사람은 극도로 심하게 한 것으로 생각하고, 욕을 먹은 사람도 심하게 욕을 먹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왜 욕하는 말인지 아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에서 사람보다 더 의리가 있다고 하는 것은 없습니다. 사람들의 위엄 있는 거동과 예의 바른 모습, 하는 말을 보면 얼마나 온화합니까! 사람을 연민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절실하고 지극 정성입니까!
다만 또 한 가지 금수나 개만도 못한 것이 있을 뿐이지요.
대체로 세상에서 강도짓을 하는 이유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관청의 핍박을 받고 원한과 분노를 풀 곳이 없어서 녹림으로 숨어 들어가거나, 아니면 재능과 능력이 왕성하여 남의 밑에 들어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고, 반만이라도 재능을 아껴주는 자가 있어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면. 그는 필시 온 몸을 다 바쳐 보답하려 할 것이며. 은혜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보자면 사람을 강도라고 욕하는 것은 욕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그 사람을 찬탄하고 칭찬하는 것입니다. 개가 비록 사람의 노예 노릇을 하지만, 의리의 본성이 아주 강해서 집을 지키고 있으면 쫓아내도 나가지 않습니다. 먹을 것을 주지 않아도 그 개는 불만이 없고, 스스로 가서 똥을 먹으면서 삶을 꾸려 나갑니다.
‘개는 가난을 싫증 내지 않는다.’는 말은 이것을 가리킨 것입니다. 오늘날 사람을 개라고 욕하는 것이 어찌 이치에 합당하겠습니까? 저는 사람을 개라고 욕하는 것보다 도리에 개를 사람이라고 욕하는 것이 염려됩니다.
‘노奴(노예)라는 글자를 놓고 보겠습니다. 남에게 부림을 받기만 하고 남을 부리지 못하는 자를 모두 노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찍이 세상에 주인이 있었던 적이 있습니까? 군주가 된 자로서 한 대漢代에서는 오직 고조高祖. 문제文帝. 무제武帝. 선제宣帝만이 주인이라 할 만하고, 나머지는 모두 ’노예‘입니다. 이렇게 보자면 사람을 ’노‘라고 부르는 것은 그 근본과 동등한 명칭으로 불러주는 것인데, 왜 화를 낼까요?“
명나라 때의 사상가인 이탁오와 친교를 나누었던 회림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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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심결에 쓰는 ‘금수만도 못한 사람’ 또는 ‘개만도 못한 사람‘ 이라고 할 때 어쩌면 사람보다 더 나은 ’개‘를 욕하는 것이고, ’금수‘만도 못한 사람이 금수를 욕하는 것이 되며, 그래서 그 말을 쓰는 것조차 ’개에 대한 예의‘ ’금수‘에 대한 예의를 저버리는 것이 되는 것은 아닌지.
자기 스스로에게 부여 된 삶을 살지 못하기 때문에 노예의 삶을 살면서, 자기 스스로가 노예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사는 삶, 개나 금수만도 못한 삶을 살면서, 그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온갖 욕설을 다 퍼부으면서 사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예전에 나는 욕을 안 하고 살았는데, 나 역시 그런 세상에 물들어서 그런지 입이 너무 험악해졌다.
다시 이전의 나로 돌아가는 연습을 해야겠다. 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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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6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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