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피는 꽃들에 부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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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봄 같지 않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말입니다.
하지만 돌아다니다가 보면
여기도 꽃이고 저기도 꽃입니다.
봄은 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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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모퉁이의 매화 몇 가지牆角數枝梅(장각수지매)
추위를 이기고 홀로 피었네.凌寒獨自開(능한독자개)
멀리서도 눈이 아님을 알겠나니遙知不是雪(요지부시설)
은은한 향기가 풍겨오누나.爲有暗香來(위유암향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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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왕안석王安石의 시입니다.
왕안석은 송나라 신종(神宗)에게 발탁되어
이른바 신법(新法)이라 칭하는 일련의 개혁 정책을 추진하였으나
보수 세력의 반발에 부딪혀 좌천되었던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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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때의 사상가로부터 탐관이라는 평을 들은 왕안석이 지은
이 시는 추위를 이겨내고 피는 매화에 대해 읊고 있습니다.
왕안석은 그 혹독한 엄동설한 속에서도
은은한 향기를 뿜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매화를 통하여
꺾일지언정 굴하지 않는 선비의 절개를 표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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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시인들은 봄꽃을 어떻게 보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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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철이 꽃을 가꾸시고, 또 그 씨앗을 받으시는 당신의 모습이
어쩌면 성근 잎 사이에 꽃대를 올리는
한 그루의 난초가 아니면 허울 다 벗어버리고,
한 두 송이 꽃으로 능히 그 향기를 전하는
고담枯淡한 매화나무와도 같사옵니다.(...)
그러기에 꽃가루와 꽃가루가 부딪쳐,
고 까아만 씨앗이 영그는 속에 간직한
어린 나비의 나래 소리와, 꿀벌들의 실내악 같은 음악 소리와
간간이 꽃 이파리 옆에 사운대다 떠나가는
바람소리에 뒤섞인 당신의 가벼운 기침 소리와
그 맑은 음성 또한 씨앗 속에 간직된 이것들과 무엇이 다르오리까?“
부안이 고향인 신석정 시인의 <이속離俗의 장章에서>라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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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심는 사람의 마음이나 꽃을 감상하는 사람의 마음은
같은 듯 다른 듯, 하지만 꽃 앞에서 항상 사람의 마음은
슬픔인 듯 기쁨인 듯 다가오는 상념에 마냥 가슴이 저릴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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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 졌다 하신 편지를 받자옵고,
개나리 한창이란 대답을 보내었소.
둘이 다 봄이란 말을 쓰기 어려워서”
이은상 시인의 <개나리>라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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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 피고 진, 그 자리에 개나리가 한창이고,
개나리 피고 진 뒤를 이어 살구꽃이 피어나며
그 꽃들이 지는 그 뒤를 이어 배꽃, 사과 꽃들이 피어납니다.
사람이 나는 것은 순서가 있지만
사람이 가는 것은 순서가 없는데,
꽃들은 저마다 순서가 있어
그 질서 속에서 피고 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허균의 스승이자 최경창 백광훈과 함께
삼당시인 중의 한 사람이었던 손곡 이달은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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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모퉁이 작은 매화 피고 지기 다 끝내자
봄의 정신은 살구꽃 가지로 옮겨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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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 가는 것이 어디 봄의 정신뿐이겠습니까?
사람의 마음이 시절에 따라 시대정신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가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는 그 애틋한 심사를
뭐라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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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답사에서 피고 지는 꽃을 보며
나는 함께 한 도반들과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한 시절을 잊을 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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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7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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