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리산을 생각하며,
다시 지리산을 갑니다.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진 그 자리에 오동나무 꽃, 아카시아 꽃이 한창이고
다시 찔레꽃이 그 설명하기조차 힘든 향긋한 향기를 피우는 계절,
지리산 길을 걸다가 보면 문득 두보의
<꽃잎 하나 날려도 봄이 가는데>가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꽃잎 하나 날려도 봄이 가는데
바람에 만점 꽃 펄펄 날리니 안타까워라
보는 이 눈앞에서 꽃 이제 다 져가니
술 많이 마셔서 몸 좀 상해도 저어 말지니라.
강 위의 누각에 물총새 집을 짓고
궁원가 큰 무덤에 기린 석상 나 뒹굴었네
세상 변하는 이치 잘 살펴 즐기며 살지니
뜬구름 같은 명리名利로 이 몸 묶을 게 뭣이랴!“
산천이 온통 푸르름으로 물드는 산길, 그 산길에
다시 밤꽃이 뒤를 이을 것입니다, 그 길을 걸으며
늦봄의 정취를 느끼면 왕기의 <늦 봄에>라는 시한 편이 떠오를 테지요,
“매화 시들고 나니
해당화가 새빨갛게 물이 들었네.
들장미 피고 나면 꽃 다 피는가 하였더니
찔레꽃 가닥가닥 담장을 넘어 오네“
어디 담장뿐이겠습니까?
냇가에도 논둑이나 밭고랑에도 무리지어 피어난 찔레꽃을 바라보며
양희은의 <찔레꽃 피면>이라는 노래를 읊조려도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저문 길에서
이청조의 <꽃과 달은 옛날 그대로인데>라는 시 한편을
떠올리면 늦은 봄날의 하루가 마냥 가슴 속에
슬픔인지 기쁨인지 모를 추억으로 남아
오래도록 가슴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십오 년 전 달빛 어린 꽃 아래서
함께 그 꽃 보며 시도 지었었지
그 꽃 그 달 옛날 그대로이건만
이내 마음 어찌 옛 같을 수 있으랴?“
임진년 오월 열아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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