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좌우명을 새로 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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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에 의해 정신이 성장하고 힘이 회복된다.“
독일의 철학자인 니체의 오랫동안의 좌우명座右銘이었다.
나도 무척 그 말을 좋아했고, 그래서 그 말의 힘으로 살았다.
왜냐하면, 나 역시 상처투성이의 삶을 살았으므로
그 말로 위안을 얻고 숨통이 트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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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되도록 상처라는 것에서 멀어지려 노력했지만
가끔씩 내가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살아온 세월이 오늘로 이어졌다.
그런 세월을 살았던 아르헨티나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호르헤 보르헤스는 <새벽>이라는 시에서
그 상처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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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 빠른 손길이, 한 겹 두 겹
어둠의 껍질을 벗긴다. 눈 뜬다.
아직도 나 살아 있다. 생의 한 가운데서
아직도 생생한 상처의 한 가운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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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속에서 살고, 상처 속에서 울고,
상처 속에서 죽는다.
그러므로 삶을 회고해보면 행복한 시절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상처 받기 쉬운 동물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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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위대해지려 하지만 자신이 작음을 본다.
행복해지기를 원하지만 자신이 불행함을 본다. 완전해지고자 하지만
스스로 불완전한 덩어리임을 본다.“
파스칼이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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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것에 상처를 받는가?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셋이 있다. 고뇌, 다툼, 빈 지갑이다.
그 가운데서 빈 지갑이 가장 큰 상처를 준다.
몸의 모든 것은 마음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마음은 지갑에 의존하고 있다.“
탈무드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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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돈 때문에 받는 상처가 가장 크지만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의 상처, 또한 큰 상처다.
사람들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고서, 내가 다른 사람에게 주는 상처는
크게 여기지 않는 마음, 그 마음이 더 큰 문제다.
가끔씩 마음이 큰 상처를 받았을 때 나는 다음의 글로 위안을 받았다.
“훗날 자네도 읽게 되겠지만, 어느 소설가가 말하기를,
나처럼 상처받은 마음에는 오로지 그늘과 고요만이 어울린다고 말했다네.
그리고 자네한테는 아직 먼 훗날의 일이지만,
일생 중 반드시 다음과 같은 때가 온다네.
그때가 되면, 피곤한 두 눈은 오늘밤처럼 아름다운 밤이
어둠과 더불어 마련하여 발산하는 달빛 밖에는 견디질 못하고,
또 두 귀 역시 달빛이 고요 속에서
플루트로 연주하는 음악 밖에는 듣지 못하게 될 걸세.”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실린 글이다.
그 글을 읽는 나에게도 ‘그늘과 고요’가 필요한 시절이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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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느끼는 것, ‘내가 세상에 지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해야 할 일은 많은데, 그 일이 쉽지 않고,
내가 나마져 버거운 듯한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나 그럴 때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도 나와 똑 같은 상처를
짊어지고 살아갈 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고서 나는 오늘 나의 좌우명座右銘을 새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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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받을지언정,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상처를 받지 않도록
매사를 신중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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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살지는 나도 모르고 누구도 모른다. 다만 살아 있는 그 날까지
조심하고, 조심하면서, 이 세상을 살다가 가자.
바보 천치 같이 이 세상을 살고 있는 내가 어느 지점에서 지쳐 서 있을 때,
그때 내 귓전에 슬프고도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나 하프 협주곡이
달빛에 젖어 들려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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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2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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