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4

산에서 돌아와 느끼는 소회,

산중산담 2017. 7. 24. 14:46

 

산에서 돌아와 느끼는 소회,

 

새가 숲을 떠나 살 수 없듯이

고기들이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나도 산 속의 숲에만 들어가면 산길을 가면서

이 생각 저 생각 하면서 걸어야 하는데,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면서도 이 곳 저곳을 두리번거리느라

생각이 자유롭지 못하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산에 가면서 터득한 습관 때문이다.

더덕이 있는지, 아니면 잔대나 도라지가 있는가를 살피고,

가을이면 다래나 머루, 그리고 으름이 있는지, 두리번 거리다보면

가끔은 한심할 때가 있다.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것은

어린 시절에 그러한 생활 자세가 품성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십이 령 길 답사 여정에서도

몸에 밴 습관대로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가

문득 눈에 들어오던 더덕,

자그마했지만 여러 뿌리를 캐서

먹기도 하고, 냄새 한 번 맞는 데 오백 원씩을 받고자 했지만,

백 원도 못 받고 거저 주고 말았으니,

내 삶은 항상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옛 사람들이 말했다.

사람이 산에 들어들면 신선神仙이 된다.”

그렇다면 내가 산에 들어가는 순간

신선이 되어야 하는데,

내 주변에 먹을 수 있는 산나물이나,

먹을 수 있는 뿌리들에만 눈이 멀어 있으니,

그 습관을 어떻게 고친다는 말인가?

날아가는 새들이 자유롭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새들도 그들의 영역(숲이나 공간)을 벗어나면

한 시도 살아 갈 수가 없는데,

유독 인간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살고 있는 특권을 누리는 데.

어렸을 적에 배운 알량한 지식(약초와 마물)을 가지고

자유를 누려야 하는데,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나여,

그것만 그럴까. 살아갈수록 더 자유로워야 하는데,

이런 저런 일들이 내 자유를 구속하는데도

그런 것이거니 하면서 살아가는 나,

지식이 많아지면 걱정도 많다.‘ 는 말이나

    아는 것이 병이고,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말이 맞는 말인가?

그래서 고치고자 해도 못 고치는

숲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내가 내 눈을 구속하는 나의 병이여,

언제쯤 숲길이나 산에서 나의 영혼이 더 자유롭게

더 큰 세상, 푸른 나무들이 내는 미세한 노래와

푸른 하늘이 속삭이는 가녀린 속삭임을 들으며

그냥 무심하게 걸어 갈 수 있을 것인지,

소광리 소나무숲길을 걷고 돌아와 느끼는 나의 소회다.

 

2017515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