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들여놓아야 할 것들,
비가 내리다가 멎은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서늘하다.
그러나 여름은 여름, 햇빛은 따사롭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가는 그 사이에
내 마음도 계절에 따라 이리 흐르고 저리 흐른다.
무심히 바라보고 무심히 흘려보내야 하는 세월의 무게에
내가 놀라 내가 깨어나는 이 한심한 영혼,
내가 그렇게 꿈꾸며 갈망하는 그 무심의 세월은 어느 때 올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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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욕에 놀라지 않고 한가로이 뜰 앞에 피고 지는 꽃을 본다.
가고 머무름에 뜻이 없어 무심히 하늘밖에 떠도는 구름을 본다.“
<채근담>에 실린 글이고.
장자는 한 술 더 떠서 나그네의 마음을 구름에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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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무슨 푸른 마음 있어 푸른 것이 아니요.
구름이 무슨 흰 마음 있어 흰 것이 아니다.
홀로 오른 사람 역시 무심한 나그네일 뿐“
나 역시 나그네인 것만은 분명한데,
내 마음에는 이런 저런 난기류들이 흐르기 때문에
마음속을 흐르는 구름이
푸르지도 않고 희지도 않으니 이를 어떻게 한다.
어찌 보면 들떠 있고, 어찌 보면 축 처져 있는 내 마음속에
무엇을 들여놓아야 환한 여름 꽃들이 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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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으로 만든 완구가 가득한 좋은 집이거나
대나무로 울타리를 한 초라한 집이거나
이 모든 것에 무심無心해야 한다.
처사處士가 진실로 무심으로 세상에 응한다면,
쓰여 져 높은 벼슬에 오르거나 버려져 초야에 은거하거나 간에
어디 간들 유유자적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유심有心하다면 빈천은 말할 것도 없고
극도의 부귀를 누린다 해도 유유자적 할 수 없는 것이다.”
<임거만록林居漫錄>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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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지금 내 마음 속에 들여 놓아야 할 것,
유유자적이고, 무심한 마음이로구나.
나여, 무엇이 그리 급해서
그리 서두른단 말인가? 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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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8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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