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4

내 마음에 들여놓아야 할 것들,

산중산담 2017. 7. 24. 16:29

 

내 마음에 들여놓아야 할 것들,

 

비가 내리다가 멎은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서늘하다.

그러나 여름은 여름, 햇빛은 따사롭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가는 그 사이에

내 마음도 계절에 따라 이리 흐르고 저리 흐른다.

무심히 바라보고 무심히 흘려보내야 하는 세월의 무게에

내가 놀라 내가 깨어나는 이 한심한 영혼,

내가 그렇게 꿈꾸며 갈망하는 그 무심의 세월은 어느 때 올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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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욕에 놀라지 않고 한가로이 뜰 앞에 피고 지는 꽃을 본다.

가고 머무름에 뜻이 없어 무심히 하늘밖에 떠도는 구름을 본다.“

<채근담>에 실린 글이고.

장자는 한 술 더 떠서 나그네의 마음을 구름에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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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무슨 푸른 마음 있어 푸른 것이 아니요.

구름이 무슨 흰 마음 있어 흰 것이 아니다.

홀로 오른 사람 역시 무심한 나그네일 뿐

나 역시 나그네인 것만은 분명한데,

내 마음에는 이런 저런 난기류들이 흐르기 때문에

마음속을 흐르는 구름이

푸르지도 않고 희지도 않으니 이를 어떻게 한다.

어찌 보면 들떠 있고, 어찌 보면 축 처져 있는 내 마음속에

무엇을 들여놓아야 환한 여름 꽃들이 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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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으로 만든 완구가 가득한 좋은 집이거나

대나무로 울타리를 한 초라한 집이거나

이 모든 것에 무심無心해야 한다.

처사處士가 진실로 무심으로 세상에 응한다면,

쓰여 져 높은 벼슬에 오르거나 버려져 초야에 은거하거나 간에

어디 간들 유유자적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유심有心하다면 빈천은 말할 것도 없고

극도의 부귀를 누린다 해도 유유자적 할 수 없는 것이다.”

<임거만록林居漫錄>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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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지금 내 마음 속에 들여 놓아야 할 것,

유유자적이고, 무심한 마음이로구나.

나여, 무엇이 그리 급해서

그리 서두른단 말인가? 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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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628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