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4

버스를 기다리다가 땅콩 꽃을 처음 발견하다.

산중산담 2017. 7. 24. 16:33

 

버스를 기다리다가 땅콩 꽃을 처음 발견하다.

 

변산 답사를 위해 서울 버스를 기다리다가

시간이 남아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누군가 경작하는 밭두렁을 보니

이것, 저것 많이도 심었다.

며칠 전만 해도 가뭄에 타들어가던 고구마도 혈색이 곱고,

아름다운 도라지꽃이 바람에 하늘거리고 있다.

그뿐인가, 하얗게 핀 참깨 꽃들 사이로 벌들이

꿀을 채집하느라 부지런히 드나들고,

옥수수도 제법 튼실하게 줄 지어 서 있다.

그 사이 밭고랑을 가득 메우고 줄지어 서 있는 농작물,

땅콩 밭이다. 가만히 바라보는 싱싱한 땅콩 포기 사이로

보이는 노란 빛깔, 무엇일까?

허리 숙이고 보니 웬걸, 노란 꽃, 땅콩도 꽃을 피웠구나,

한 송이 따서 자세히 보니

예쁜 꽃이 포기 속에 숨어서 피어 있다.

난생 처음 보는 꽃, 땅콩 꽃,

하도 신기해서 사진을 찍고, 서울에서 내려온 도반들에게 보이자

모든 사람들이 땅콩 꽃을 처음 본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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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가까운 곳일수록 알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 주변에 항상 머물러 있는 것들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은 상황 속에서

나타났다가 존재를 알리지도 못한 채

저 혼자 쓸쓸히 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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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을 꽃이라 여기지 않고 바라보듯,

콩 꽃을 꽃이라 여기지 않고 무심히 스쳐 지나가듯,

내 곁에 있는 귀중한 것을 귀중한 것이라 여기지 않은 채

보내버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어디 꽃만 그럴까?

어렵사리 다가 온 기회도 그렇고,

순식간에 왔다가 순식간에 가버린 인연들도 그렇고,

찰나 속에 오고 가는 무수한 이야기들이

제대로 꽃을 피우기도 전에 가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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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감지하기도 전에,

붙잡을 시간도 없이 촌각을 다투며 사라져 가는 것들,

참깨 꽃에서 꿀을 딴 벌들이

다른 꽃으로 날아?〉?,

내 마음도 땅콩 꽃에서 마음을 거두고

총총히 변산으로 가던 시간,

그 꽃들은 꽃들대로 다시 꽃을 피우고

또 다른 손님들을 불러 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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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3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