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4

성큼 다가온 겨울에 길을 나서며,

산중산담 2017. 11. 22. 14:20

 

성큼 다가온 겨울에 길을 나서며,

 

아침부터 비가 한 방울 한 방울 내리더니,

어느 새 밝은 햇살 비추고,

문득 아파트가 흔들리는 가 싶더니,

지진이 일어났다는 소식,

그래, 평온과 불안은 백짓장 한 장 차이로구나.

그리고 날은 다시 어두워 삭막한 십일월의 한낮,

창문을 열자,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

겨울이 성큼 다가왔구나.

우수수 떨어지고, 그리고 바람에 쓸리어 가는 낙엽,

그 낙엽을 두고 쓸쓸한 심사를 노래한 사람이 매월당 김시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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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잎이라고 쓸어서는 안 되네.

맑은 밤에 그 소리 듣기 좋으니,

바람 불면 우수수 소리를 내고,

달이 뜨면 그림자가 어지러워라.

창을 두드려 객()의 꿈을 깨우고,

섬돌에 쌓여 이끼 무늬를 지우네.

비처럼 내리는 잎 어쩔 수 없어,

빈산이 한껏 야위어 가네.“

<낙엽落葉>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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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낙엽을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이

사람의 마음아고 자연의 순리인데,

땅위를 굴러다닐까봐 쓸고 또 쓰는

사람들에게 시로 써 전하는 시인의 심사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 시를 읽으며

나도 덩 다라 바람에 쌓여 있는

낙엽 방석에 넋 잃고 앉았다가

낙엽 이불을 덮고 한 숨 자고 싶은 것은 그 무슨 심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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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쉬는 걸 잊고 쉬면 가는 걸 잊어,

솔 그늘에 말을 매고 물소리를 듣노라.

뒤에 오던 몇 사람이나 나를 앞서 갔는지,

누구나 가게 될 걸 다투어 무엇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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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읽는 구봉 송익필의 <산길을 가며, 山行>라는 시 구절처럼

가고 또 가야만 하는 그 길은 겨울 속으로

떨어진 나뭇잎 사이로 저렇게 펼쳐져 있다.

오늘도 내일도 그침이 없이 가야 할 길,

오늘은 동학의 지도자 김개남의 흔적을 찾아

이 곳 저곳을 헤매다가 날 저물어 돌아와야 하고,

내일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가서

낯설고 물 설은 그 나라를 걸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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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6,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