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겨울에 길을 나서며,
아침부터 비가 한 방울 한 방울 내리더니,
어느 새 밝은 햇살 비추고,
문득 아파트가 흔들리는 가 싶더니,
지진이 일어났다는 소식,
그래, 평온과 불안은 백짓장 한 장 차이로구나.
그리고 날은 다시 어두워 삭막한 십일월의 한낮,
창문을 열자,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
겨울이 성큼 다가왔구나.
우수수 떨어지고, 그리고 바람에 쓸리어 가는 낙엽,
그 낙엽을 두고 쓸쓸한 심사를 노래한 사람이 매월당 김시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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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잎이라고 쓸어서는 안 되네.
맑은 밤에 그 소리 듣기 좋으니,
바람 불면 우수수 소리를 내고,
달이 뜨면 그림자가 어지러워라.
창을 두드려 객(客)의 꿈을 깨우고,
섬돌에 쌓여 이끼 무늬를 지우네.
비처럼 내리는 잎 어쩔 수 없어,
빈산이 한껏 야위어 가네.“
<낙엽落葉>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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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낙엽을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이
사람의 마음아고 자연의 순리인데,
땅위를 굴러다닐까봐 쓸고 또 쓰는
사람들에게 시로 써 전하는 시인의 심사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 시를 읽으며
나도 덩 다라 바람에 쌓여 있는
낙엽 방석에 넋 잃고 앉았다가
낙엽 이불을 덮고 한 숨 자고 싶은 것은 그 무슨 심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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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쉬는 걸 잊고 쉬면 가는 걸 잊어,
솔 그늘에 말을 매고 물소리를 듣노라.
뒤에 오던 몇 사람이나 나를 앞서 갔는지,
누구나 가게 될 걸 다투어 무엇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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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읽는 구봉 송익필의 <산길을 가며, 山行>라는 시 구절처럼
가고 또 가야만 하는 그 길은 겨울 속으로
떨어진 나뭇잎 사이로 저렇게 펼쳐져 있다.
오늘도 내일도 그침이 없이 가야 할 길,
오늘은 동학의 지도자 김개남의 흔적을 찾아
이 곳 저곳을 헤매다가 날 저물어 돌아와야 하고,
내일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가서
낯설고 물 설은 그 나라를 걸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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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6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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