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4

인생의 의미는 슬픔일까? 기쁨일까?

산중산담 2017. 11. 22. 14:23

 

인생의 의미는 슬픔일까? 기쁨일까?

 

열세 번째 <길의 날> 길 축제를 마치고

무거운 마음으로 들어선 방,

내가 집을 나서 기 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를 맞는다.

여기 저기 널려 있는 책들, 옷가지들,

이틀 동안 비운 그 자리에 내가 두고 간 슬픔이 그 때 그 시간

그대로 남아 있다.

인생의 의미는 기쁨이 아니고, 슬픔이라서 그런 것일까?

기쁨이 사라지는 것처럼 슬픔 역시 사라진다.

슬픔을 인생의 의미라고 말하는 사람은,

기뻐하려는 사람이 슬픔을 자기 바깥에 갖고 있는 식으로

기쁨을 자기 바깥에 갖고 있다.

그러므로 기쁨이 예기치 않았던 때에 닥쳐올 수도 있는 것은,

슬픔이 기뻐하려고 하는 사람을 덮칠 수도 있다는 것과 꼭 같다.

이렇듯이 그의 인생관은 그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어떤 조건에 결부되어 있다. 왜냐하면 기쁨을 물리치는 일도,

슬픔을 물리치는 일과 마찬가지로 본래가 인간의 힘이

미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 바깥에 있는 조건과 연결되어 있는 모든 인생관은 절망이다.

그러므로 슬픔을 원한다는 것은 기쁨을 원한다는 것과

꼭 같은 의미에서 절망이다. 왜냐하면 덧없이 지나가 버릴 수 있는 것에 의존하고 있는 인생을 갖는다는 것은 항상 절망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대가 아무리 영리하고 발명의 재간이 뛰어나 있다고 하다라도,

또 기쁨을 눈물의 외관으로 쫓아 버리거나,

그대가 좋아하는 식으로 기쁨을 그대의 슬픔으로 숨기기 위해서

그대의 외관으로 그것을 속인다 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쁨은 역시 뜻하지 않게

그대를 엄습할 수가 있다.”

키르케고르 <이것이냐, 저것이냐.>에 실린 글처럼

어느 날 슬픔을 넘어서서 기쁨이 뜻하지 않게

점령군처럼 찾아오는 그런 날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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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의 기쁨은 슬픔이고, 슬픔은 아름다움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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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느끼는 슬픔, 길에서 느끼는 기쁨,

사람에게서 느끼는 슬픔, 사람에게서 느끼는 기쁨,

어느 것이 더 아프고, 어느 것이 더 즐거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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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다. 알 수 없기 때문에

걷고, 또 걷고 돌아와

나를 자책하면서 나를 다독인다.

아프게, 더욱 아프게,

살아갈 날, 그 날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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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내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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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3,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