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도 옛길 건지산 길을 걸었다.
송하진 전북 지사님과 함께 건지산 길을
아침에 걸었다.
햇살이 눈이 부시게 퍼져 가는 길,
오송지에서 바라보면 코스모스 꽃과 고구마 꽃,
그리고 울울창창하게 우거진 단풍나무 숲을 거닐고,
덕진 광장에서 시래기국으로 아침을 먹고 헤어지던 시간,
송하진 지사님이 나에게 말을 건넸다.
“차마고도 잘 갔다 와,
그런데 노자 돈을 안 챙겼네.“
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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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이 경술년 3월에 명나라로 사행 길을 떠나며 석주 권필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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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떠날 날이 앞으로 며칠 남았네.
만 리 나 가야 할 여행 봇짐에,
자네의 글이 없어서는 안 되니,
반드시 오언율시五言律詩 여덟 수를 노자로 주게.
한수라도 줄이면 무정하다고 할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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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잣돈 대신에 좋아하는 정인情人의 글 한편을
여행 봇짐에 넣어 가지고 간다.’
이 얼마나 가슴이 훈훈해지는, 편지인지,
“잘 갔다 오게,” 또는 “다녀오겠네,” 형식적인 인사만 나누고
헤어지는 우리들의 작별 인사,
허균이 편지에 넣어 권필에게 보낸 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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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30일 토요일, 구월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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