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변화처럼 변하고 또 변하는 마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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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훌쩍 갔는가 싶었는데,
문득 돌아보니 가을이다.
서늘한 바람에 문을 닫고,
소매가 긴 옷을 입고서 서성거리는 계절,
가을이 오고, 금세 그 가을이 지나간 자리에 겨울이 올 것이다.
가고 오는 계절의 순환을 온 몸으로 느끼는 계절에,
금세 오고 가는 사계절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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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끝없이 변화하는 것, 가을의 음기에 마음이 슬퍼지고,
봄의 양기에는 생각이 활짝 편다.
자연의 변화에 따라 마음도 동요를 일이키는 것이다.
대개 봄의 양기가 싹 트면 개미도 활동을 개시하고,
가을의 음률이 응결되면 개똥벌레는 겨울잠을 위한 먹이를 비축한다.
한낱 미물도 이와 같이 외계의 변화를 몸에 느끼거늘,
사계의 변화가 만물에 주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미옥美玉에 비할 만큼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명화名花에 비유되는 청징한 기질을 보여주는 존재이다.
자연이 손짓해서 부르는데, 누가 마음을 움직이지 않겠는가?
이런 까닭으로 새해가 찾아와 봄이 시작되면 즐거운 감정이 넘치고,
타는 듯한 초여름에 이르면 의기가 꺾여 위축된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하늘이 높고 공기가 맑은 가을이 되면 음침한 생각이 깊어만 가고,
진눈깨비 뿌리는 겨울이 되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엄숙한 생각에 잠기게 된다.
계절 따라 각각의 풍물 따라 또 갖가지 모습이 드러난다.
그리하여 감정도 풍물 따라 변하고,
언어는 감정의 흐름에 응해서 모습을 드러낸다.
하나의 낙엽도 마음속에 암시를 줄 수 있으며,
벌레 소리도 마음을 끌기에 족하다.
하물며 청풍淸風과 명월明月이 있는 밤,
백일白日과 춘림春林이 같이 있는 아침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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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협이 지은 <문심조룡>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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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듯 떨어지는 낙엽에도,
길가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에도
가을이 오고, 깊은 밤 울어 예는 풀벌레 소리에도
오고 가는 계절의 애잔함이 묻어나는데,
해 저문 길을 걸어가는 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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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쓸쓸한 그림자가
서서히 사라져 한 점點 점이 되고,
그 점마저 사라져
어둠 속에 묻혀버리는 계절 가을,
가을이 정녕 오고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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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5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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