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4

그대여,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산중산담 2017. 11. 22. 17:24

 

그대여,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여기 저기 아픈 사람들이 많다.

몸이 아픈 사람도 있고, 마음이 아픈 사람도 있다.

두 가지 중 어느 것이 더 아픈지 알 길이 없지만

아픈 것만이 진실이다.

문수보살이 물었다.

거사여, 왜 병이 났는가?”

유마가 대답했다.

구도자는 원래 병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 모두 병들어 있기 때문에,

구도자도 병이 든 것이다.

그것은 마치 자식이 아프면 그 어머니도 따라 아픈 것과 같다.”

문수보살이 물었다.

성자여, 그 병은 언제쯤 낫겠는가?”

유마가 대답했다.

사람들의 마음병이 나으면 내 병도 나을 것이다.“

<유마경>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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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한 사람의 마음의 병이 나을 리 있겠는가?

내가 아픈데, 누가 대신 나를 위해서 아프고,

그리고 나을 수 있겠는가? 아니다.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왜냐, 삶은 누구나 혼자서 겪어내야 하는

세상의 이치와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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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아파서 더 아픈 다음에야 병이 나을 것인데,

그 때는 이미 이 생에서의 삶이 끝날 때가 아닐까?

<유마경>에서 절대 진리(不二法問)

말로써 표현할 수 없는 것이라는,

문수보살의 결론으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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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에서의 일은 시작도 끝도 없이 흘러가다가

유장하게 흐르고 흐른 강물이 바다에 닿는 그 시간에야

끝나는 것은 아닐까?

따순 볕 등에 지고 유마경 읽노라니

가벼웁게 나는 꽃잎 글자를 가리운다.

구태어 꽃 밑 글자를 읽어 무엇하리요.“

한용운 <유마경>이라는 시 한수가

문득 가슴을 시치고 지나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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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묻노니, 그대는 어디가 지금 아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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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921,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