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여기 저기 아픈 사람들이 많다.
몸이 아픈 사람도 있고, 마음이 아픈 사람도 있다.
두 가지 중 어느 것이 더 아픈지 알 길이 없지만
아픈 것만이 진실이다.
문수보살이 물었다.
“거사여, 왜 병이 났는가?”
“유마가 대답했다.
“구도자는 원래 병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 모두 병들어 있기 때문에,
구도자도 병이 든 것이다.
그것은 마치 자식이 아프면 그 어머니도 따라 아픈 것과 같다.”
문수보살이 물었다.
“성자여, 그 병은 언제쯤 낫겠는가?”
유마가 대답했다.
“사람들의 마음병이 나으면 내 병도 나을 것이다.“
<유마경>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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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한 사람의 마음의 병이 나을 리 있겠는가?
내가 아픈데, 누가 대신 나를 위해서 아프고,
그리고 나을 수 있겠는가? 아니다.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왜냐, 삶은 누구나 혼자서 겪어내야 하는
세상의 이치와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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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아파서 더 아픈 다음에야 병이 나을 것인데,
그 때는 이미 이 생에서의 삶이 끝날 때가 아닐까?
<유마경>에서 절대 진리(不二法問)는
말로써 표현할 수 없는 것이라는,
문수보살의 결론으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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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에서의 일은 시작도 끝도 없이 흘러가다가
유장하게 흐르고 흐른 강물이 바다에 닿는 그 시간에야
끝나는 것은 아닐까?
“따순 볕 등에 지고 유마경 읽노라니
가벼웁게 나는 꽃잎 글자를 가리운다.
구태어 꽃 밑 글자를 읽어 무엇하리요.“
한용운 <유마경>이라는 시 한수가
문득 가슴을 시치고 지나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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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묻노니, 그대는 어디가 지금 아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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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21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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