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5

열하에서 나라의 운명을 생각하다.

산중산담 2017. 11. 23. 12:19

 

열하에서 나라의 운명을 생각하다.

만물은 가고 만물은 온다. 존재의 수레바퀴는 영원히 돌아간다.

한 사람의 인생도 그렇지만, 한 나라의 운명도 그렇다.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이라는 대중가요 노랫말 같이

돌고 돌아가는 그 반복에 인생의 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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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청나라 황제의 여름 별장이었던 열하에 가서

열하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느낀 감회는

슬픔도 아니고 기쁨도 아닌 묘한 감정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오늘의 시대와 연암 박지원 선생이 살았던 그 시대가

250여 년 저편의 일인데도 어찌 그리도 흡사한지.

가슴이 저릿저릿하게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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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대 중반이 되도록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오로지 책을 벗 삼아 산천을 유람하며 살았던 연암이

삼종형인 박명원의 말벗이 되어 연경 거쳐 열하로 갔고, 열하의 궁전에서

황제를 사신 일행과 만난 시간은 극히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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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과 세 통사通事를 나오라 하니 모두 나아가 무릎을 꿇었다.

이는 무릎이 땅에 닿을 뿐, 뒤를 붙이고 앉은 것은 아니다. 황제가,

국왕께선 평안하신가.”

하고 물으니, 사신은 공손히

평안하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황제는 또,

만주 말을 잘하는 이가 있는가?”

하니, 상통사 윤갑종이

약간 아옵니다.”“하고 만주말로 대답 하였더니,

황제가 좌우를 돌아보며 기뻐 웃었다.

황제는 모난 얼굴에 희맑으면서 약간 누른빛을 띠었으며,

수염이 반쯤 희고, 나이는 예순이 된 듯싶다. 애연히 춘풍화기를 지녔다.

사신이 반열에 물러서자, 무사 예닐곱이 차례로 들어와 활을 쏘는데,

살 하나를 쏘고는 반드시 끓어 앉아서 고함을 친다.

그리하여 과녁을 맞힌 자가 두 명인데, 그 과녁은 마치 우리나라의,

풀로 만든 과녁과 같으면서 한복판에 짐승 한 마리를 그렸다.

활쏘기가 끝나자 황제가 곧 돌아갈 제,

내시들은 모두 물러가고 사신도 역시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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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면 여섯 달, 짧아야 다섯 달이 걸려 삼 백 여명의 사신 일행이

연경을 오간 끝에 황제를 만난 시간은 십 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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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들어보니 우리는 약소민족이라 하더군,”

황동규 시인의 시 구절이 어찌 그리도 허전한 슬픔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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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기스칸의 무대였던 내 몽고와 연암의 자취가 서린

열하를 돌아보는 내내 무겁게 마음을 사로잡았던, 오늘의 시대,

어떻게 전개되고, 어떻게 흘러 갈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이도 저도 못하는 작은 나라,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나, 그리고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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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공유하지 못하는 공유와

모든 것을 공유하고 있는 불행,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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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한 줄의 글이

지금의 나와 그대의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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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17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