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5

내가 나를 잊어버리는 그 순간을 맞보기 위해 떠난다.

산중산담 2017. 11. 23. 12:23

 

내가 나를 잊어버리는 그 순간을 맞보기 위해 떠난다.

아망오我忘吾라는 말이 있다.

내가 나를 잊어버린다.”는 말이다.

인간은 최고의 감격과 기쁨을 느끼게 되는 순간,

자기를 잊어버린다.

그것을 일컬어 무아지경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아니라면 다 필요 없다.“ 그런 최고의 순간,

다시 말해서 살다가 보면 그런 황홀경의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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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소녀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에게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를 선물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두뇌를 위한 견실하고 용맹한 양식이 여기 있어요!"

그 책을 받고 순식간에 읽은 뒤 카잔차키스는

<영혼의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이 술회했다.

그것이 내 삶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들 가운데 하나였다.“

나에게 있어 그런 순간들이 있었고, 그런 책이 여러 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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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에 동생이 빌려온 책 들 가운데 한 권이었던

알베르 카뮈의 <시시포스의 신화>

참으로 중요한 철학 상의 중요한 문제는 자살이다.”로 시작되는

그 책의 마지막 장인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에 나타난 희망과 부조리>를 통해

프란츠 카프카를 처음 접했고, 그래서 어렵사리 구입한 <카프카 전집>

장편소설 <>을 읽으며 나 자신의 현주소와 나의 절망을 뼈저리게 느꼈고,

그 무렵 빌려온 정음사 간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악령> <백치>등이

나의 어린 정리되지 못한 영혼에 해일처럼 밀려왔다.

그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리고 내 영혼을 비수처럼 파고들었던 니체의 모든 저작들과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사르트르의 <자유의 길>은 나에게

자유와 사랑이란 것의 실체를 어렴풋이 알고 느끼게 했던 책이었다.

그 때 내 가슴에 화인처럼 다가온 책들과 음악,

그것들이 내 나약한 청춘의 시절에 나를 담금질했던 책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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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책들을 접하면서 느낀 것들이 내 인생에

커다란 족적을 남겨주었다면

어느 순간 길에서 만난 사람들 역시 나에게 그런 순간을 선사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만남들이 없었다면 불확실하기만 했던

내 인생이 어떻게 전개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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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나는 꿈꾼다. 그 때 내가 그 책들을 만났던 순간처럼,

그 사람들을 만났던 그 순간처럼 나에게 그런 책들이

그런 사람들이 불시에 느닷없이 나타나, 나를 잊는 그런 순간이 다가오기를

그래서 나는 알 수 없는 그 미지의 길을 향해

또 떠나고 떠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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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8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