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잊어버리는 그 순간을 맞보기 위해 떠난다.
“아망오我忘吾라는 말이 있다.
‘내가 나를 잊어버린다.”는 말이다.
인간은 최고의 감격과 기쁨을 느끼게 되는 순간,
자기를 잊어버린다.
그것을 일컬어 무아지경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아니라면 다 필요 없다.“ 그런 최고의 순간,
다시 말해서 살다가 보면 그런 황홀경의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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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소녀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에게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를 선물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두뇌를 위한 견실하고 용맹한 양식이 여기 있어요!"
그 책을 받고 순식간에 읽은 뒤 카잔차키스는
<영혼의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이 술회했다.
”그것이 내 삶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들 가운데 하나였다.“
나에게 있어 그런 순간들이 있었고, 그런 책이 여러 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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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에 동생이 빌려온 책 들 가운데 한 권이었던
알베르 카뮈의 <시시포스의 신화>
“참으로 중요한 철학 상의 중요한 문제는 자살이다.”로 시작되는
그 책의 마지막 장인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에 나타난 희망과 부조리>를 통해
프란츠 카프카를 처음 접했고, 그래서 어렵사리 구입한 <카프카 전집>중
장편소설 <성城>을 읽으며 나 자신의 현주소와 나의 절망을 뼈저리게 느꼈고,
그 무렵 빌려온 정음사 간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중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악령> <백치>등이
나의 어린 정리되지 못한 영혼에 해일처럼 밀려왔다.
그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리고 내 영혼을 비수처럼 파고들었던 니체의 모든 저작들과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사르트르의 <자유의 길>은 나에게
자유와 사랑이란 것의 실체를 어렴풋이 알고 느끼게 했던 책이었다.
그 때 내 가슴에 화인처럼 다가온 책들과 음악,
그것들이 내 나약한 청춘의 시절에 나를 담금질했던 책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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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책들을 접하면서 느낀 것들이 내 인생에
커다란 족적을 남겨주었다면
어느 순간 길에서 만난 사람들 역시 나에게 그런 순간을 선사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만남들이 없었다면 불확실하기만 했던
내 인생이 어떻게 전개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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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나는 꿈꾼다. 그 때 내가 그 책들을 만났던 순간처럼,
그 사람들을 만났던 그 순간처럼 나에게 그런 책들이
그런 사람들이 불시에 느닷없이 나타나, 나를 잊는 그런 순간이 다가오기를
그래서 나는 알 수 없는 그 미지의 길을 향해
또 떠나고 떠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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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8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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