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5

오래 살고 나이가 들면 세상의 이치를 알까?

산중산담 2017. 11. 23. 12:54

오래 살고 나이가 들면 세상의 이치를 알까?

나이가 든다는 것, 좋은 일이다.

경험을 많이 했고, 그래서 온갖 세상에 대한 물정을 터득했고,

그러므로 웬만한 일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태평양보다 더 넓은 관대함을 갖추게 되었으니 얼마나 마음이 편한가?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아집은 강해지고,

서두르고, 그래서 실수하고 놓치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젊은 시절의 판단력보다 더 정확하지 않은 판단력으로

이런 저런 실수를 하면서 세상에 누를 끼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사람들은 너무 젊어도 너무 늙어도 잘 판단하지 못하며,

너무 늙어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충분히 생각하지 않거나

너무 많이 생각하면 완고해지거나 심취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작품을 만든 직후에 이것을 생각하게 되면,

그들은 아직도 온갖 편견에 사로잡혀 있게 되고,

너무 오랜 후에 생각하게 되면, 더 이상 그 작품의 분위기 속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다.

그림을 너무 멀리서 바라보거나 너무 가까이서

바라보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진정한 위치가 될 수 있는 것은 불가분의 한 점 밖에 없다.

다른 것들은 너무 멀거나 너무 높거나 너무 낫다.

그림의 기법에서는 원근법이 그것을 가르쳐 준다.

그러나 진리와 도덕에 있어서는 무엇이 그것을 가르쳐 줄 것인가?“

파스칼의 <팡세>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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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에서 바라볼 때와

멀리서 바라보는 것은 어떤 때는 천양지차天壤之差와 같을 때가 있다.

잠시 산책 나온 사람처럼, 아니면 방관자처럼

현실을 바라 볼 때, 지금, 그 현재를 아무런 편견 없이 인식할 때가 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최한기의 글을 보자.

소경과 귀머거리가 자주 화를 내는 것은

그 보고 듣는 것이 편벽되기 때문이고,

눈이 있는 소경과 귀머거리가 편벽되고 막힘이 많은 것은

마음의 견문見聞이 막혀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보면,

그 이유를 추구하지 않고 반드시 성토聲討하며,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보면 분발하여 본받는 방법으로 삼지 않고,

반드시 그의 하자瑕疵를 찾기 때문이다.

이보다 심한 자는 심지어 이 세상에 참다운 학자가 없다고 하여

매양 자기만이 옳다고 생각하니,

이런 사람은 평생의 언행이

다만 병을 기르는 것이 될 뿐이다.“

조선후기의 실학자인 최한기가 <강관講官>

<환영전桓榮傳>을 읽고 논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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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눈으로 보면 나만 옳고 세상은 온통 그르다.

그러나 넓은 눈으로 바라보면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다 나의 스승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세살 어린애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

나 이외는 모두가 다 나의 스승이다.”

속담에도, 부처님 말씀에도 있는 이 말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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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도, 저기도. 온통 불협화음과

증오와 질투만 난무하는 것 같아 가슴이 쓰리고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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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이 세상에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시대가 열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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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20,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