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5

달빛이 세상을 비추는 이유?

산중산담 2018. 4. 26. 20:12

 

달빛이 세상을 비추는 이유?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월광이 있다. 느린 템포로 시작하는 서정적인 1악장의 분위기 때문에 월광이라는 부제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음악이다.

이 음악을 들으면 고요 속으로 쏟아져 내리는 달빛이 가슴 속으로 서서히 스며드는 것을 느끼면서 몽롱한 꿈길을 헤매는 것 같다. 베토벤의 월광과 제목이 같은 모파상의 단편소설이 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시골 성당의 사제인데, 아름다운 달빛 사이를 거닐며 이렇게 저렇게 회의懷疑를 한다.

어째서 신이 달빛을 만들었는가? 어째서 신은 이것들(月光)을 만들었을까? 밤은 잠을 자기 위해서, 의식을 잊기 위해서. 휴식을 위해서. 그리고 모든 것의 망각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면 어째서 그 밤을 낮보다도 한 층 더 매력 있게 하였으며, 여명보다도, 저녁놀보다도 한층 그리운 것으로 만들어 놓았을까?

그리고 어째서 유유悠悠하고 매혹적인 천체가 태양보다도, 한결 시적詩的인 것일까? 그리고 또 그달이 어째서 어둠을 그렇게도 투명하게 비출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어째서 우짖는 새들 가운데서도 가장 교묘하게 울 줄 아는 바로 그 새(나이팅게일)가 다른 새들처럼 휴식하지 않고, 마음을 뒤헝클어 놓는 어둠 속에서 즐겁게 우짖고 있는 것일까?

어째서 이 베일이 온 누리를 향해 던져지고 있는 것일까? 어째서 이 마음의 운율, 이영혼의 감동, 이 육체의 권태가 있는 것일까? 사람들이 그 침상에 잠들어 아무도 보아주지 않을 때. 이러한 유혹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이 장미壯美한 광경이, 하늘에서 땅으로 던져지는 이 풍부한 시가 대체 누구를 위해서 펼쳐지는 것일까? “

이렇게 저렇게 그 자신에게 묻고 또 묻던 시골사제는 달빛이 교교하게 비치는 가운데 두 사람의 남녀가 사랑을 속삭이는 것을 보고 그때서야 그 비밀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 신은 사랑하는 두 사람을 위해서 저 아름다운 월광을 창조한 것이었구나.” 하고,

달빛이 쏟아져 내려서 온 대지를 비추이는 것을 보고, 이렇게 저렇게 물음표를 던지던 사제가 문득 월광이 두 사람의 사랑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지만 그것은 그 사제, 아니 모파상의 마음속에서 그런 것이다.

갈 길은 먼데, 달빛으로 길을 가늠하며 걸어가는 길손에게 달빛은 나침반이자, 길의 안내자일 수가 있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길손에게 달빛은 향수를 자아내게 하는 하나의 표상일 것이다.

차고 기우는 달빛이 그러할 진대, 떨어져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 내리자마자 녹는 함박눈, 쉬지 않고 내리는 가랑비는 말해 무엇 하랴.

세상의 모든 것이 존재하는 것은 저마다 이유가 있는 것,

애써 알려고 하지 말 것, 가만히 관조할 것을

시간의 흐름 속에 지나가는 세월이 내 귓전에 속삭이는 소리 들린다.

가만히, 가만히 바라만 보고, 듣기만 하면서,

살라,‘ ,

하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아느냐.’ ,

그래서 부처도 세상을 하직 할 때,

나는 아무 말도 한 적이 없노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20171124,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