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5

삶에 지쳐서 길에서 길을 잃다.

산중산담 2018. 4. 26. 20:15

 

삶에 지쳐서 길에서 길을 잃다.

 

 

가끔씩 이런 저런 일들 때문에,

의기소침해지고. 내가 나마져 믿지 못할 때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자주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데,

독일의 철학자인 니체는 그러한 현상을 두고

저녁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녁(삶에 지친 상태)이 되었다.

저녁이 된 것을 용서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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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말이 맞다.

되는 일도 없고, 그렇다고 되지 않는 일도 없다.

그런데, 살아갈수록 삶은 어둡고 힘들다.

그래서 가끔씩 아니, 더 자주 삶에 지치고,

우울해져서 심연 깊숙이 침잠沈潛하고 싶어도

세상은 나를 놓아주지 않아서

더 깊이 침잠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세상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놓아주지 않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세상과 담을 쌓고 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비윗살이 없기로 소문난 내가

세상과 타협할 수도 없고,

이래저래 가슴앓이만 하는 !

그런 내가 해파랑 길을 걷던 중,

낙산사 해수관음상에서 설악 해수욕장으로

곧바로 가는 길을 데리고 가겠다고 나섰다가

산길에서 길을 잃고, 산길을 헤매고서야

나는 항상 길에서 길을 잃고 길을 찾는

우매愚昧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길은 잃을수록 좋다는 나의 좌우명은 번번이

때늦은 후회로 빛을 잃지만

그래도 나는 나의 좌우명을 버릴 생각은 없다.

길에서 길을 잃어야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생각은 내 생각 속에서만 유효한 것을,

나는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하지만, 하고

나는 길 없는 길을 또 한 발 한 발 걸어가다가

가끔씩 길 위에 주저앉아서 쓴 웃음을 날릴 것이다.

 

 

20171127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