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5

제대로 사는 법을 배우고, 제대로 살다가 죽자.’

산중산담 2018. 4. 26. 20:18

 

제대로 사는 법을 배우고, 제대로 살다가 죽자.’

 

한 때, 아니 오랫동안, 나는

죽음자살

습관처럼 생각했고, 습관처럼 썼다.

노트에, 신문지에, 땅에, 내 마음에,

쓰고 또 썼다.

죽음이 나를 구원하리라 여겼던 것일까?

그때 들었던 음악들이 장송곡과 레퀘엠이었다.

슈베르트의 현악사중주곡 <죽음과 소녀> 2악장과

포레의 진혼곡을 들으면서

죽음이 아주 편안하게 올 것이란 생각에 빠졌던 것도

그 때 그 시절이었다.

과연 그 때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 죽음이

그처럼 감미롭게 음악처럼 나를 데려갈 수 있을까?

하여간 그 때 나는 죽음자살을 통해

나를 시험하고, 나를 발견하는 중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나는 책의 바다에서 벗어나

한 발 한 발 걷기 시작했고, 걸으면서 에 충실하기 시작했다.

걷고, 읽고, 쓰고, 그게 내 삶이었다.

그러던 내가 어느 날부터 다시 죽음자살을 생각한다

삶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회의懷疑

누구나 한 번은 감내해야 할 죽음의 무게를

가볍게 할지 무겁게 할지, 그것은 모른다.

다만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이

어느 날 어떤 형태로든 끝나리라는 그것만 확실하다.

태어나는 것의 숙명은 돌아감이다.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내 마음에 섬광처럼 다가 온 생각,

얼마가 도리지 모르지만

제대로 사는 법을 배우고, 제대로 살다가 죽자.’

, 그런가?

사람은 누구나 다 외롭게 죽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지

저마다 다르지만 그렇게 살다가 어느 순간 돌아갈 그 길이

저렇게 희미하게, 아스라하게 펼쳐져 있다.

그 길을 우리는 얼마나 걸어갈 수 있을까?

 

 

 

20171130,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