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는 돈 이외에는 친구가 없다는데?
“돈에는 돈 이외에는 친구가 없어“
러시아의 속담이지만 세계 모든 나라의 속담처럼 통용되는 이야기다.
모든 사람들이 ‘돈교’ 신자가 되었고,
‘돈’은 ‘알라딘의 램프‘이자 ’열려라 참깨‘와 같이
세상의 어느 것이라도 가능하게 만드는 요술 지팡이가 되었다.
그런데 그 돈을 아무데나 굴러다니는 돌멩이 같이 여기면서
형제애를 지킨 형제와 그 귀중한 돈을 친구들의 우정을 위해 쓴 사람의
이야기들이 있어 한 겨울 추위를 녹이고 있다.
공암나루는 한강의 하류, 곧 현재의 강서구 개화동 지역이 있던 나루다. 한강 변의 나루터 중 가장 아래쪽에 있던 나루인데. 강화도 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했다. 나루의 크기가 작아서 양화나루 밑에 예속되어 있었던 공암나루 근처에 투금탄(投金灘)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데, 『동국여지승람』에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고려 공민왕 때의 일이다. 평민 형제가 함께 길을 가다가 아우가 황금 두 덩이를 주워서 형에게 하나 주었다. 나루터에 와서 형과 함께 배를 타고 건너는데, 아우가 갑자기 금을 물 속에 던지므로 형이 괴이하게 여겨서 물으니, 대답하기를 “제가 평생에 걸쳐 형님과 우애가 두터웠는데, 금을 나누어 가진 다음에는 형님을 꺼리는 마음이 갑자기 생깁니다. 이것은 상서롭지 못한 물건이니, 강에 던져서 잊어버리는 것이 낫겠습니다" 하였다. 형이 말하기를 “네 말이 참으로 옳다" 하고, 형도 또한 금을 물에 던져버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중국의 <천중기天中記>에도 나오는데, 그 이름은 역사에서 빠져서 전해오지 않는다. 하지만 성주 이씨의 가승家乘에는 이조년李兆年과 이억년李億年의 일이라고 전한다는 내용이 <여지도서>의 ‘양천현’ 편에 실려 있다.
땅값이 뛰고 로또복권이 당첨되어 횡재를 하거나 느닷없이 돈이 생긴 사람들 치고 의를 상하지 않은 형제가 없고 부부가 없다는데, 이와 같은 물질만능시대에서 투금탄에 전해지는 이야기는 얼마나 신선한가.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다가 투금탄과 비슷하지만 또 다른 친구들이 일화를 접하고 얼마나 가슴이 흐뭇했던지
그 일화는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가 친구 14명에게 11억원씩의 거금을 현금으로 선물했다는 이야기였다.
2014년 레바논 출신의 인권 변호사 아말을 아내로 맞아 지난 6월 쌍둥이를 출산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클루니. 그는 지난달 한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오랜 세월 연기를 업으로 살아왔다. 이제 내 나이 56세. 일도 할 만큼 했고 돈도 벌만큼 벌었다”고 말했다. 연기자 초년병 시절 집세 내기도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그는 대스타가 됐고, 올 초엔 테킬라 회사인 카사미고스를 매각해 10억 달러(약 1조 1000억원)를 벌어 돈방석에도 앉았다.
원조 수퍼모델 신디 크로포드의 남편이자 조지 클루니의 절친인 랜디 거버는 최근 MSNBC 방송에 출연해 4년 전 조지 클루니의 놀라운 선물 이야기를 소개했다.
거버는 “‘소년들(The Boys)’이라는 친한 친구 모임이 있는데 하루는 조지가 우리에게 전화를 걸어 ‘달력 2013년 9월27일에 동그라미를 쳐뒀다가 그날 전원 우리 집에 저녁 먹으러 와라’ 초대했다”고 말했다.
당일 14명의 친구가 조지 클루니의 집에 가보니 테이블 위에는 007가방 14개가 놓여 있었다. 조지 클루니는 “너희들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리고 싶었다”며 “처음 LA에 왔을 때 나는 소파에서 웅크리고 자야하는 신세였지만 운 좋게도 곁에 너희들이 있었다. 만약 그때 너희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못했을 거다. 지금 우리가 여기 모두 함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너희가 내게 얼마나 소중한지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방 안에는 빼곡히 현금다발이 들어 있었다. 당황해 놀라는 친구들에게 조지는 믿을 수 없는 말들을 또 전했다.
“모두 함께 힘든 때도 있었고, 몇몇은 지금 힘들 수도 있어. (하지만 이 돈이 있다면) 아이들 걱정은 이제 필요 없어. 학교나 대출금 상환도 말이야. 그리고 세금은 미리 다 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거버는 “평소 인정도 많고 친구를 소중히 하는 조지 클루니다운 일화”였다고 했다. 재밌는 건 이날 돈 가방을 받은 친구들도 조지의 평소 성격을 잘 알고 있어서 돌아오는 길에 몇몇은 “조지가 장난을 잘 치는 성격인데 함부로 이 돈을 썼다가 경찰에 체포될 수도 있다”며 “위조화폐인지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출처: 중앙일보]
고금古今에서 지금只今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책을 평생에 걸쳐 읽었어도 친구가 친구를 도와주는 방법 중에 클루니와 같이 하는 경우는 처음 보았다. 투금탄의 이야기와 같이 우애가 깊은 형제도 있지만, 고대와 달리현대에서는 돈 때문에 서로 싸우고 소송을 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형제들이나 부자간에도 그럴진대 친구들은 말해 무엇하랴.
클루니와 같이 ‘열네 명의 친한 친구’가 있을 수도 없지만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눈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는 것이 오늘이 이 시대이다.
독일의 작가 괴테는 일찍이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노년기의 큰 적은 고독과 소외감이기 때문에 노년을 같이 보낼 좋은 친구를 많이 만들어야 하며 친구를 사귀는 데에도 시간, 정성, 관심, 여유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황혼이 가까워지며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는 인연이 친구인데 자기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라도 있다면 쓸쓸한 황혼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 친구만 생각하면 달려가고 싶고,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 그런 친구가 몇이라도 있다면 세상은 절대 삭막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친구를 어떻게 사귀어야 할 것인가?
“처음엔 담담하다가 나중에 열렬하게, 처음엔 낯설다가 친하게, 처음엔 멀었다가 가까워지는 것, 이것이 친구를 사귀는 도리다.”
<취고당검소>에 실린 글이다.
세상에는 이런 친구, 저런 친구들이 많다. 그런데,
그가 친구들에게 돈을 나눠주어서가 아니라
그런 마음을 지닌 클루니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그 사실만 가지고도
세상을 살아볼만한 것이라는 것,
십이월의 중순에 새롭게 느낀 생각이다.
이 세상을 살아 갈 날이 언제까지인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살아 있는 동안, 자기가 잘하고 있는 것(문화, 지식, 노동, 마음), 그리고 가진 것을
서로 나누며 살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안으나, 나눌 시간은 있을 것이다.
내가 나누어 줄 수 있는 그 한도를 알고
이것 저것 나누며 살아야겠다.
당신에게는 어떤 친구들이 있는가?
2017년 12월 15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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