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 그른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자기만이 옳고, 다른 사람들은 그르다고 한다.
나하고 친하면 좋은 사람이고, 나하고 친하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다.
요즘 세상의 사람에 대한 평가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가 명확하지 않고, 불분명하면서 자기만 옳다고 하다 보니,
여기저기 난리가 아니다.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남인의 거목이었던 미수 허목의
<어시재기於是齋記>는 담양도호부사였던 임후任侯가
조그만 집을 지은 뒤 어시재라는 이름을 짓고 기문을 써달라고 하자,
허목이 그에게 왜 그 이름을 지었는가를 편지로 물었다.
“어시라는 뜻을 알아야 기문을 지을 수 있겠다.”
그러자 임후가 그 즉시 답장을 보냈다.
강산의 좋은 경치가 있는 것도 아니요.
식물의 구경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요, 전원의 낙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선인의 산소가 여리 계시므로,
산소 옆에 집을 마련하기 위하여 두어 칸 초가집을 짓고
남쪽으로 창을 냈는데, 또한 능히 용슬容膝하기에 넉넉합니다.
여기서 산소를 바라보고, 여기서 부모님을 생각하면
죽을 먹고 지내더라도 마음이 편안 할 것이고,
장치 여기서 생을 마치려 합니다.
이 세상에서는 그른 것을 옳다 하고,
옳은 것을 그르다 하면서 시비가 서로 엇갈리고 있으며,
사람들은 누구나, ‘나는 능히 옳은 일을 하지,
그른 일을 원하지 않는다.’ 고 하지 않는 사람이 없으나.
하는 일을 살펴보면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은 없고,
그른 일을 하는 사람이 대개 많습니다.
나는 여기서 크게 두려움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그의 글을 읽은 뒤 허목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참으로 좋은 말입니다. 또한 기록할만합니다.”
그리고 곧 바로 <어시재기>를 짓고,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 경계할지어다. 그른 것을 옳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옳은 것을 그르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
밝은 사람은 가려 낼 것이다.
옳은 데 처處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고,
옳은 데에 확립確立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니,
강剛한 사람만이 옳게 살 수 있다. 경계할지어다.“
그르게 잘 사는 것도 능력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옳게 사는 것은 능력이 없어서 그렇다고 말한다.
하루가 다르게 선과 악의 개념,
옳고 그른 것의 개념이 바뀌는 이 세상에서
제 정신을 가지고 사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2018년 1월 15일 월요일
'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엇을 어떻게 먹고 어떻게 살다가 돌아갈 것인가? (0) | 2018.04.26 |
---|---|
모든 시간 중에서 가장 기묘한 시간, 지금, (0) | 2018.04.26 |
자네 그림자를 돌아보게나. 그러면 알게 될 것 일세 (0) | 2018.04.26 |
집이란 풍경보다는 한 영혼의 상태라는데, (0) | 2018.04.26 |
그렇게 먼 거리가 버스로 두 정거장? (0) | 2018.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