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5

내용 무

산중산담 2018. 4. 27. 13:23


저마다 다른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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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각기 다른 즐거움이 있어서 산다.

산이 좋아서 산을 오르는 것을 낙으로 삼는 사람이 있고,

돈이 좋아서 오로지 한 평생 돈을 모으는 데만 골몰하며 사는 사람도 있고,

운동을 좋아하여 오직 운동에만 전념하는 사람도 있고,

음악이 좋아서 오직 음반 모으는 데만 열중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모차르트가 작곡한 모든 음악을

다 모은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국악에만 빠져 맨 날 입으로

국악을 흥얼거리며 사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자전거에, 어떤 사람은 당구에, 그리고 무엇, 무엇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살다가 어느 순간,

자신을 돌아보고, 손익계산을 해보지만 지나간 시절은 이미 지나갔을 뿐이다.

내 인생을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책을 떠난 나는 생각할 수가 없는데,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그런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어느 시대에나 있었고, 나라나 세월을 초월해

많은 사람들이 책을 좋아하며 오로지 책속에서

자신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 중에 한 사람이 명나라 때의 문장가이자 사상가로 이탁오라고 불린 이지였다.

그가 지은 독서의 즐거움, <독서락讀書樂>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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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용호를 낳아 탁오(이자의 호)를 기다렸고,

하늘이 탁오를 낳아 용호에서 살게 했다.

용호와 탁오는 그 즐거움이 어떠할까?

사시사철 책만 보고 다른 것은 전혀 몰랐다.

독서하면 어떠한가? 나는 만나는 것이 많았다.

일단 마음과 만나면 저절로 웃고 저절로 노래하여,

노래와 읊조림이 그치지 않고 외침으로 이어졌다.

통곡하고 소리치며 눈물이 줄줄 흘렀다.

노래를 한 것은 원인이 아니라, 책 속에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을 보면서 실로 내 마음이 사로잡힌 것이다.

통곡을 한 것은 원인이 없는 것이 아니라, 텅 빈 호수에 사람이 없어

그 사람 만나지 못해 실로 내 마음이 애를 태우는 것이다.

책을 버려두고 읽지 말지어다. 높은 집에 묶어둘지어다.

성정을 편안하게 하고 정신을 기를지어다.

노래를 그만하고 통곡을 거둘지어다.

왜 꼭 책을 읽어야 즐겁겠나.?

이런 말을 잠깐 듣고 고민하기도 했다.

책을 묶어놓고 보지 않으면 내 어찌 즐거우랴?

성정을 편안하게 하고 정신을 기르는 것이 바로 이 안에 있다.

세계는 얼마나 좁으며, 네모난 책은 얼마나 넓은가!

천만 성현이 자네와 무슨 억울한 사정이 있는가!

몸은 있으되 묵을 집 없고, 머리는 있으되 머리카락 없는 이 몸,

죽는 것이 이 몸이요, 썩는 것이 이 뼈다귀라.

이것만이 홀로 불후하니, 이 세상 다 하기까지 함께 하고 싶다.

수풀에 기대어 휘파람 불지니, 그 소리에 숲과 새가 화들짝 놀란다.,

노래와 곡이 서로 뒤따라 그 즐거움이 끝이 없다.

촌음도 아쉬운데 어찌 감히 조용하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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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상 가장 독특하고 기이한 개성의 소유자이자

가장 뛰어난 사상가로 후세 사람들에게 추앙받는 이지는

62세에 삭발하고 불교에 심취하여, 혹세무민의 죄목으로 감옥에 갇혔다.

그는 머리카락과 손발톱을 모조리 자르고 그 칼로 목을 그어 자결했는데,

그때 이지의 나이 76세였다.

그의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을 독서로 꼽았고,

그의 글엔 책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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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음이 아깝다.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이 있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게 읽은 책들은 한 번 가슴 속에 들어오면 나가지를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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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는 육예의 문장을 끝없이 중얼거리고,

손으로는 제자백가의 책을 쉴 새 없이 넘겼다.

새벽까지 등잔불을 밝히고 늘 힘겹게 한 해 또 한 해를 보냈다.

평소 먹고 자고 할 때에도 책을 놓지 않았다.“ 중국의 문장가인 한유가 젊은 날에 공부하던 시절을 회상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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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공부를 멈추지 않고 전념했기에

시대를 뛰어넘는 문장가가 된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공부한다고 그와 같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이 가끔은 팍팍할 때가 있다.

더 좋은 결과를 바라지 말고 지금을 잘살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그것이 결국 우리가 품어야할 참된 삶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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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27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