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6

사랑해서 하는 일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

산중산담 2018. 4. 27. 13:27


사랑해서 하는 일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


 

삼월에 들어서면서 바람도 잔잔하고 햇살도 따뜻하여 봄은 봄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에 나무를 심는 것이 연례행사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개 45일 무렵을 식목일이 정해서

나무를 심었는데, 시절이 달라지면서 봄이 조금 일찍 오는 관계로

삼월 말쯤에는 나라 곳곳에서 나무를 심는 손길들이 부산하다.

나무를 심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나무를 잘 자라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어떻게 해야 나무가 그 자리에 뿌리를 온전히 내리고

한 그루 늠름한 나무로 잘 자라 열매도 맺고 제 몫을 다 할 수 있는가?

당송팔대가 중의 한 사람인 문장가 유종원柳宗元

<종수곽탁타전.種樹郭槖駝傳>에 그 방법이 실려 있다.

 

곽탁타郭槖駝의 본래 이름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곱사병을 앓아 허리를 굽히고 다녔기 때문에 그 모습이 낙타와 비슷하다고 해서 마을 사람들이 탁타라고 불렀다. 탁타가 그 별명을 듣고 매우 좋은 이름이다. 내게 꼭 맞는 이름이다.’ 라고 하면서 자기 이름을 버리고 자기도 탁타라고 하였다. 그의 고향은 풍악으로 장안 서쪽에 있었다.

탁타의 직업은 나무를 심는 일이었다. 무릇 장안의 모든 권력자와 부자들이 관상수를 돌보게 하거나, 또는 과수원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과수를 돌보게 하려고 다투어 그를 불러 나무를 보살피게 하였다.

탁타가 심은 나무는 옮겨 심더라도 죽는 법이 없을 뿐 아니라 잘 자라고 열매도 일찍 맺고 많이 열었다. 다른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탁타의 나무 심는 법을 엿보고 그대로 흉내 내어도 탁타와 같지 않았다.

사람들의 그에게 까닭을 묻자.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나는 나무를 오래 살게 하거나 열매가 많이 열게 할 능력이 없다. 나무의 천성을 따라서 그 본성이 잘 발휘하게 할 뿐이다. 무릇 나무의 본성이란 그 뿌리는 펴지기를 원하며, 평평하게 혹은 북독아주기를 원하며, 원래의 흙을 원하며, 단단하게 다져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일단 그렇게 심고 난 후에는 움직이지도 말고 염려하지도 말 일이다. 가고 난 다음 다시 돌아보지 않아야 한다. 심기는 자식처럼 하고 두기는 버린 듯이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나무의 천성이 온전하게 되고 그 본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 성장을 방해하지 않을 뿐이며, 감히 자라게 하거나 무성하게 할 수가 없다. 그 결실을 방해하지 않을 뿐이며, 열매 맺고 많이 열리게 할 수가 없다.

다른 나무를 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뿌리는 접히게 하고 흙을 바꾼다. 흙을 북돋우기도 지나치거나 모자라게 한다. 비록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사랑이 자니치고 그 근심이 너무 심하여, 아침에 와서 보고는 저녁에 와서 또 만지는가 하면 갔다가는 다시 돌아와서 살핀다. 심한 사람은 손톱으로 껍질을 찍어보고 살았는지 죽었는지 조사하는가 하면 뿌리를 흔들어보고 잘 다져졌는지 아닌지 알아본다. 이렇게 하는 사이에 나무는 차츰 본질을 잃게 되는 것이다. 비록 사랑해서 하는 일이지만 그것은 나무를 해치는 일이며, 비록 나무를 염려해서 하는 일이지만 그것은 나무를 원수로 대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뿐더러, 달리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유종원의 <종수곽탁타전.種樹곽탁타郭槖駝傳> 중의 일부다.

 

나무를 심는 사람들에게 금과옥조와 같은 이야기다. 사랑하고, 염려해서 하는 일 이 오히려 나무를 해치는 일이라는 것, ‘심기는 자식처럼 하고, 두기는 버린 듯이 하라.’ 명심할 일이다.

사람도 나무나 마찬가지다. 자식을 낳아 기를 때, 불면 날아갈 것 같고, 쥐면 부서질 것 같아서 노심초사 기른 자식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자력갱생으로 스스로의 삶을 터득한 아이들이 더 바람직하게 세상을 사는 경우가 많다.

사랑해서 하는 일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가능하면 통제를 하지 않는 가운데,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것을 헤쳐 나가는 그 삶이 가장 바람직한 삶이다.

인간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우주이고, 그 광활한 우주를 떠돌아다니다가, 부부로, 부모 자식 관계로, 친구로, 연인으로, 그리고 도반으로 살다가 간다.

그 도반들이 서로 자유롭게, 하지만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삶, 그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

 

그런데 그 소중함을 작은 이익 때문에 망각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많음이 가끔씩 서글프기 그지없으니,

 

201833,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