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6

사람은 내일을 기다리다가 그 내일엔 묘지로 가는데,

산중산담 2018. 4. 27. 13:38


사람은 내일을 기다리다가 그 내일엔 묘지로 가는데,


 

남들이 부러워하는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을 어쩌다가 만날 때가 있다.

그들이 나를 만나면 이렇게 말하곤 한다.

선생님이 제일 부럽습니다.”

왜지요?”

매일 한가하고, 어디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한량처럼 살고 게시지 않아요,

한가해지면 선생님을 따라서 걸어야 할 텐데,“

아주 쉬운데, 그냥 마음 내려놓고 나서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길 위에 나서지를 못하면서 괜히 인사치례로 부러운 척을 하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야외에 나가 한가하고 소박하게 지내는 그 생활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 사람들에게 주시 받고 영화를 누리며, 재산을 더 많이 축적하며 살다가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옛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이 많았지만, 현대에 접어들면서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기하급수처럼 늘어나고 있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의 생활의 폐단과, 그 허무한 마무리를 날카롭게 지적한 글 한 편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의 수양보다 재물을 얻는데 더 많은 힘을 기울인다. 주변사람들을 보면 저마다 돈벌이에 바빠서 개미처럼 동으로 뛰고 서로 뛰고 급하게 서두르고 악착같다. 돈이 아니면 거들떠보지 않는 상태로 자신을 방치해두기도 한다.

사람들은 돈을 벌면 대부분 쌓아두거나 모은 돈을 통해서 더 큰 돈을 벌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번 돈 조차도 향락에 기꺼이 써버리고 만다.

다행히 어떤 사람이 생애를 무사히 마칠 때 까지 별 탈 없이 돈을 엄청나게 벌었다고 치자. 그 동안 그가 땀 흘려 애쓴 보람으로 남은 것은 단지 황금 덩어리일 뿐, 이제 귀중한 세월은 다 써버리고 말았다, 남은 그 황금 덩어리를 남에게 물려줄 일만 남은 것이다.

그런 생애가 혹시 남 보기에는 호화롭고 멋지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는 사실상 인생을 잃기 위해 돈을 벌었으며, 남에게 빼앗기기 위해 돈을 번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돈을 벌어서 써보지도 못하고 유산으로 남겨주기 위해 귀중한 인생을 낭비했다면 그는 참으로 허망한 일을 했으며, 미친 생래를 살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평생을 의식주와 호화호식을 위해 악전고투를 하며 사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더구나 대체로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사람들은 순식간에 재산을 탕진하거나 방탕해져서 자신의 생애를 망치는 일들을 주위에서 흔히 보아왔다.

그렇다면 그는 자신의 인생도 돈을 위해 망치고 유산을 물려준 자녀까지 망치는 일을 자행해온 셈이 된다. 명예는 보배롭고 명성은 탐나는 것이지만, 그것은 소수의 비범한 자에게만 허용되는 왕관이다. 그리고 그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명예의 월계관보다 재물을 더 선택하고 있다., 과연 페트로니우스의 격언이지만, ‘돈이 많으면 남들이 떠받들 것이다.’ 라는 말이 사실이며, 그것이 과연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지는 의문이다.“

쇼펜하우어의 <자식들에게 유산을 남겨주기 위해 자신의 귀중한 생애를 다 쓰다니>라는 글의 전문이다.

 

홍콩 배우 성룡은 자신의 재산을 다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기자가 물었다.

아들이 있는데, 왜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십니까?”

그러자 성룡이 대답했다.내 자식이 능력이 있다면 내가 물려주지 않아도 잘 살 것이고, 그렇지 않고 능력이 없다면 내가 물려준 재산을 금방 다 날려버릴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 얼마나 현명한 판단인가,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재벌들이나 고위층들, 그리고 일부 종교인들이 자식들에게 불법으로 재산을 상속하기 위해 애를 쓰다가 큰 집으로 콩밥을 먹으로 가는 것이 다반사다.

 

돈에는 더 많은 돈 이외에는 친구가 없다.”

사람은 내일을 기다리다가 그 내일엔 묘지로 간다.“

귀담아 들을 일이다. 그 많은 돈을 벌어 자식들에게 남겨주어서 무엇이 이롭다는 말인가?

 

자기 양심껏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벌은 돈이야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만, 국가의 재산을 축내고, 오로지 자기 집안과 자식들을 위해 돈을 모으고 숨기다가 검찰청에 가게 된 모모를 보면 인간적 연민보다 측은함이 먼저 앞선다.

꼭 그렇게 살아야 했을까? 죽을 때 한 푼의 돈도 가지고 갈 수 없고, 한 줌 흙으로 돌아갈 것인데,...

시장에서 재물을 가로채는 자는 재물만 볼 뿐, 사람을 보지 못한다. 자신의 몸을 갈라 구슬을 숨기는 자는 구슬을 사랑할 뿐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잊는다.

목숨을 담보로 부귀를 탐하는 자, 욕망을 따르느라 생명에 손상을 입히는 자, 무슨 차이가 있는가?“

<취고당검소>에 실린 글과, “이익에 따라 행동하면 원망이 많다는 공자의 말이 가슴을 치고 지나가는 새벽이다.

 

2018314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