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6

어찌 하면 홀로 즐거워할 수 있을까?

산중산담 2018. 4. 27. 13:38


어찌 하면 홀로 즐거워할 수 있을까?



세상에서 벗어나고자 TV도 안 보고, 사람도 안 만나고

방안에 들어앉아서 음악을 듣거나 책만 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슬그머니 거실로 나가 TV를 켜면 세상의 온갖 복잡다단한 일들이

점령군처럼 무수히 쏟아져 나와 내 마음을 장악한다.

넓게 본다면 나하고 다 관계가 되는 일이지만 좁게 본다면

내 삶하고는 그리 상관도 없는 일에 나는 분개하고 한숨을 쉬고, 의기소침하다가

다시 책속으로 들어가는데, 마음이 편치가 않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고금의 일이고, 지금의 일이라 생각하고,

다시 나의 유일한 피난처, 누구도 시비를 걸지 않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과 같은 아파트의 책 속으로 몸을 숨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제 아무리 화려한 것이라도

나와 무슨 관계가 있겠으며,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은 제아무리 시끄럽게 굴더라도 나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이런 까닭에 도를 추구하는 사람은, 산에 들어갈 때는

오직 그곳이 깊은 곳이 아닐까 걱정이며,

숲에 들어갈 때는 오직 은밀한 곳이 아닐까 걱정하는 것이다.“

<소창청기>에 실린 글이다.

 

혼자 있어서 외롭고 고독할 때도 있지만

수많은 사람 속에 있을 때 오히려

절해고도에서 느끼는 그 고독을 느낄 때가 더 많다.

그렇다고 혼자 있다고 해서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고,

혼자 있음의 쓸쓸함을 어쩌지 못할 때도 있지만,

혼자서 느끼는 기쁨도 더러 있다.

 

어찌 하면 홀로 즐거워할 수 있을까?

일없이 이렇게 고요히 앉아 있자니, 하루가 곧 이틀일레라.”

어찌 해야 다른 사람과 더불어 즐길 수 있을까?

그대와 함께 나눈 하룻밤 대화가 십 년의 독서보다 외려 낫구려.”

어이하면 무리와 함께 즐거이 지낼 수 있을까?

이 가운데 텅 빈 곳 본래 아무 것도 없으니,

그대들 수백 명 쯤이야 포용할 수 없으랴?”

<광부지언>에 실린 글이다.

 

이렇게 살면 되는데,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하루에도

수십, 수 백 번 씩 변하고 또 변하는 것이라서

한나절은 비가 내리고 한 나절은 햇살이 따갑게 비치니 이를 어쩐다.

사는 것이 항상 변화무쌍이다.

이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살다가 어느 날 문득 돌아갈 테지,

하면서 바라보는 창, 너머는 짙은 어둠

봄을 재촉하는 비, 그 비는 아직 내리지 않고,

 

2018315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