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6

우왕좌왕이 좋은가, 한심한 사람이 좋은가?

산중산담 2018. 4. 27. 13:46


우왕좌왕이 좋은가, 한심한 사람이 좋은가?


 

거리낌 없이 자유로우며,

변화가 많은 길()에서 노닌다.”

옛 사람의 말인데, 항상 길 위에 서 있는

나를 비롯한 길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말이기도 하다.

길은 순간순간 변화하는 것이고,

그러므로 길 위에서 나그네는 항상 길을 잃기도 하고,

길 위에서 망연히 서성거리며 사라진 길을 찾는 것이다.,

 

자호自號를 짓지 않은 나에게 가장 알맞은 호가 무엇일까?

사는 것이 항상 서투르고 한심하니까, ‘한심寒心하다가 가장 맞을 듯도 싶다.

정도에 너무 지나치거나 모자라서 딱하거나 기막히다.“ 라고 실려 있는,

그렇게 한심한 사람이 나, 일수도 있지만,

길은 잃을수록 좋다는 나의 좌우명에 따른다면,

길에서 길을 잃고 우왕좌왕右往左往풀어 말해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해서 종잡을 수가 없다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 말을 한글로 쓴다면 왔다리, 갔다리,’ 일수도 있으리라.

 

가끔씩 들리는 말로, 오랜 세월 길 위에 있었는데도, 길을 잘 잃는다고,

신정일 선생님은 길 공부 좀 해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 말을 듣는 내가 더더욱 한심할 때가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신이 아닌 이상 길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가 아니겠는가? 하고 자위하곤 한다,

 

길이란 것이 순간순간 변하고 또 변하는 것을 뉘라서 막겠는가?

그 길의 변화무쌍함을 뉘라서 다 알겠는가?

쓸쓸하기도 하고, 답답하고, 가끔씩 한심해 하면서 걷는 나의 발 앞에 놓인 길,

그 길 위에서 나는 누가 뭐래도 나의 길을 가고,

이런저런 말을 들어도 그것은 그들의 말일 뿐이다.

 

천지의 변화가 가는 것은 지나가고, 오는 것은 이어져서

한순간도 쉬는 것이 없으니, 이것이 바로 섭리의 본질이다.”

주희의 말이고,

모든 생성 변화가 마치 흘러가는 물과도 같구나.

밤낮으로 그침이 없도다.” <논어 >에 실린 글이다.

 

변화하고 또 변화하는 세상의 이치 속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의 말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곳도 있다는 것,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나라 안에 제일 가슴에 남는 길을 봉화군 석포면에서

명호면 청량산 자락까지의 길이라고 방송과 여러 매체에 나가서 했는데,

그 방송과 언론을 듣고서 봉화군 관계자가 고맙다는 연락을 해 와서

낙동강 길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 한지가 벌써 몇 년인데,

이번 낙동강 답사를 하면서 보니, 아름다운 안내판과 더불어

임기 소수력 발전소 부근에 돌다리를 만들었지만 넘쳐서 힘이 들기는 했지만

(흔들다리라도 만들어야 할 것이다.)에서부터 삼동 1리까지

그 길이 그런대로 잘 만들어져 있었다.

 

역사도 그렇고 배움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오랜 시간 착오와 착각과 시련과 방황 속에서 만들어지고

생성되는 것이다.

 

길에서 길을 잃고, 눈물 젖은 밥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길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나는 다시 또 길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또 헤매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헤매고 헤맨 뒤에야 새로운 길을 찾는 다는 것을

알고 모르고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길은 만들어지고 사라지기도 하지만 언제나 길이라서

나는 앞으로도 길에서 길을 잃고서 스스로를 한심해 하고

그리고 길에서 우왕좌왕을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호로 한심이 나을까? 우왕좌왕이 나을까??

 

2018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