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6

삼월이 다 가고 사월이 금세 오다니,

산중산담 2018. 4. 27. 13:50


삼월이 다 가고 사월이 금세 오다니,


 

하루가 다르게 봄이 세상에 나래를 편다.

앵두꽃이 하얗게 그 자태를 드러내고,

목련은 어느 새 만개해 두 눈을 어지럽힌다.

자연 속에서 자연이 되어 자연 속으로 들어가기

가장 알맞은 계절 봄, 한식이 저만큼 다가왔구나.

푸른 풀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기 좋은 계절

봄에 생육신의 한 사람인 남효온南孝溫

아름다운 시 한 편을 남겼다.

 

담 너머 하늘빛 빨갛게 물들면,

저녁연기 자오록이 피어오르고

한식이라 동풍에 물빛도 맑아라.

오가는 상고商賈배 나그네 말하길,

꽃 피는 이 시절이 고향 제일 그리워,“

<한식날 서강에서, 西江寒食>이라는 시다.

 

고향을 떠나지 않은 사람은 고향을 모르고,

고향을 떠나온 사람만 그 눈에 고향이 눈물이 고이도록 삼삼한 것인가,

아니다. 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가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에도

고향은 가까운 듯 멀기만 한 것을,

봄이 다 가기 전에 고향에 가서

고향의 아름다운 것들을 가슴 가득

받아들이고 오면 가슴속 쌓인 근심이 봄 눈 녹듯 사라질까?

청산은 우뚝, 물결은 구비 구비,

푸른 풀, 붉은 꽃이 저마다 봄철인데,

하 좋아 다시 보니, 덧없는 그림 한 폭,

이내 몸도 그림처럼 환화幻化인지 어이 알랴?“

김수온의 <산수병을 두고, 題 山水屛>라는 시 한 편을

떠올리는 그 사이 살구꽃 지고, 복사꽃 피고,

조팝꽃 피고 벚꽃이 피고 지면서

봄이라는 그 세월이 성큼성큼 가버리는 것은 아닐까?

2018328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