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이 다 가고 사월이 금세 오다니,
하루가 다르게 봄이 세상에 나래를 편다.
앵두꽃이 하얗게 그 자태를 드러내고,
목련은 어느 새 만개해 두 눈을 어지럽힌다.
자연 속에서 자연이 되어 자연 속으로 들어가기
가장 알맞은 계절 봄, 한식이 저만큼 다가왔구나.
푸른 풀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기 좋은 계절
봄에 생육신의 한 사람인 남효온南孝溫이
아름다운 시 한 편을 남겼다.
“담 너머 하늘빛 빨갛게 물들면,
저녁연기 자오록이 피어오르고
한식이라 동풍에 물빛도 맑아라.
오가는 상고商賈배 나그네 말하길,
‘꽃 피는 이 시절이 고향 제일 그리워,“
<한식날 서강에서, 西江寒食>이라는 시다.
고향을 떠나지 않은 사람은 고향을 모르고,
고향을 떠나온 사람만 그 눈에 고향이 눈물이 고이도록 삼삼한 것인가,
아니다. 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가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에도
고향은 가까운 듯 멀기만 한 것을,
봄이 다 가기 전에 고향에 가서
고향의 아름다운 것들을 가슴 가득
받아들이고 오면 가슴속 쌓인 근심이 봄 눈 녹듯 사라질까?
“청산은 우뚝, 물결은 구비 구비,
푸른 풀, 붉은 꽃이 저마다 봄철인데,
하 좋아 다시 보니, 덧없는 그림 한 폭,
이내 몸도 그림처럼 환화幻化인지 어이 알랴?“
김수온의 <산수병을 두고, 題 山水屛>라는 시 한 편을
떠올리는 그 사이 살구꽃 지고, 복사꽃 피고,
조팝꽃 피고 벚꽃이 피고 지면서
봄이라는 그 세월이 성큼성큼 가버리는 것은 아닐까?
2018년 3월 28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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